갈증이 날 때 시원한 물 한 모금 들이키는 그 맛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오늘 이야기는 '들이키다'입니다. '들이키다'라는 말은 '들이다'와 '켜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그래서 본 말은 ‘들이켜다’입니다. '들이키다'는 말은 북한에서는 문화어로 올라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어로 올라있지 않습니다. 다양하게 쓰이는 '켜다'라는 말의 본뜻은 '당기다'입니다. '당기다'의 옛말은 '혀다(ㅎ=쌍ㅎ)'인데 이 말이 '켜다'로 변한 것입니다. ‘켜다’라는 말의 용례를 한번 살펴볼까요? 술이나 물 따위를 단숨에 마시는 것을 '~ 을 켜다'라고 합니다. 목구멍으로 당긴다는 뜻이죠. 나무를 결 따라 자르는 것도 '켜다'라고 합니다. 톱을 잡아당기면서 나무를 자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불도 마찬가지로 '켜다'라고 하는데 불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나무 따위를 밀고 당겨 서로 마찰을 시켜 불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스위치만 누르면 켜지는 전깃불도 '켜다'라고 하게 되면서 TV나 라디오 같은 것도 '켜다'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을 '고치를 켜다'라고 합니다. 실을 당겨 낸다는 말이죠.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켜다'라고 합니다. 활을 밀고 당기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곤 엿을 잡아당겨 먹기 좋게 늘이는 작업을 '엿을 켜다'라고 합니다. 동물의 수컷이 암컷을 부르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이나, 사람이 동물을 부르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도 '켜다'라고 합니다. 소리로 끌어당기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목질과 피질사이를 '부름켜'라고 하죠? 뿌리로부터 수분과 영양분을 '불러 당기는 것'이란 뜻입니다. 기지개도 켠다고 하는데, 그 연유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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