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간 대질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권양숙·노건호·연철호씨와 박 회장 간 돈거래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알았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5∼2007년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린 사실, 박 회장의 사업을 지원한 사실도 재임 중 인지認知) 여부에 따라 유·무죄를 가릴 기준이 된다. 일단 정 전 비서관의 혐의는 "노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오지 않는 한 노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검찰이 마지막까지 연일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2007년 6월 말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건넨 100만달러와 지난해 2월 연철호씨의 계좌에 송금한 500만달러의 경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요구해 준 돈"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이 존재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박 회장의 진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이 계속될 경우 대질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의 수사 성과가 박 회장의 진술에 근거했다는 점도 이같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금품수수 혐의를 부인하던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박 회장과의 대질 뒤 혐의를 시인하고 연이어 구속됐다. 그러나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의 대질조사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찬종 변호사를 통해 공개된 옥중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자신의 진술로 지인들이 구속되고 있는데 대해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더욱이 박 회장이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도 크게 신경쓰고 있다는 점도 그가 검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과의 대질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자신을 비교한 신문 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거의 매일 자신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꼼꼼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검찰은 그간 박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이를 증명할 물증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왔고,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 대질조사 가능성에 대해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며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사흘 앞둔 이날도 검찰은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차명계좌주 등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보강조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소환 당일 한 차례 소환 만으로 신속하고 빈틈 없이 조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25일 이메일로 제출한 답변서를 토대로 신문 사항을 정리했다. 이밖에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변호사와 소환 때 호송, 경호 문제 등에을 논의하며 막바지 점검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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