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허벅지 살이 허옇게 보이는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이고 멋이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옷도 내다 버리는 판에 해지거나 개먹은 옷은 입질 않죠? 오늘 이야기는 '징검다리'입니다. 징검다리...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추억 속으로 밀려난 시설물이죠? 사이사이에 낀 공휴일을 이르는 말에나 쓰이는 향수가 듬뿍 묻어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경주 남천에는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효불효교(孝不孝橋)가 있었습니다. 호구책으로 서방질을 다니는 어머니를 위해 영문도 모르는 자식들이 놓았다는 징검다리는 어머니에는 효가 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는 불효가 되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애환이 서려 있는 말이기도 하지요. '징검다리'의 '징검'이란 '징그다'의 어근 '징그'와 접미사 '엄'이 만난 말입니다. '징그 엄 다리'가 '징검다리'가 된 거죠. '징그다'라는 말은 옷의 개먹기 쉬운 자리에 다른 천을 덧대어  듬성듬성 깁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이가 자랄 것을 대비해 큰 옷을 사서(지어서) 바짓단이나 치맛단을 접어 넣어 성기게 꿰맨 것을 이르기도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렵던 시절을 이야기하면 콧방귀만 뀝니다. 그러나 저도 세월이 조금 더 흐르고 나면 이해할 날이 올 겁니다. 그렇죠?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