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4.29재보선의 후유증을 딛고 당 전열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에서는 지도부 교체론과 더불어 여권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당·정·청 인적 쇄신까지 거론되는 등 전면적인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인 인천 부평에서 승리를 움겨쥔 민주당은 재보선 성과를 바탕으로 공천 갈등을 딛고 더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뉴 민주당 플랜'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두 당 모두 이달 중순 권력구도를 재편하고 골간을 다시 세울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여느 때보다도 전열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한, 당·정·청 개편론 '고개' 한나라당에서는 재보선 참패 이후 대대적인 당·정·청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당내 개혁성향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이 지난 4일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당·정·청 인적 개편 ▲당 화합 ▲국정기조 쇄신 ▲조기전당대회 개최 등을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요구한 뒤 쇄신론은 더욱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민본21'소속 김성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따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쇄신을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재보선 전패 이후 충격에 빠진 여권을 조속히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4일 SBS라디오 방송에 출연,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1년간 해오며 문제가 된 부서들이 있다"며 "당과 청와대나 내각도 5월에 정비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당권, 정권 분리하는 문제, 최고위원 선출 방식 등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며 "지방 선거나 국회의원의 공천 방식도 다 새롭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5일 MBC라디오 방송에서 인적 쇄신론과 관련,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적 지지를 잃은데 대한 돌파구 차원으로 의원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대부분의 뜻이 그러하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점점 거세지고 있는 인적 쇄신론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와의 회동에서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2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새롭게 출발하는 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당 쇄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제안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제도 수정도 박희태 대표가 "대단히 좋은 말씀"이라고 힘을 실어주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는 안상수 정의화 황우여 의원도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었던 계파갈등의 골을 메우기 위해 친박계 정책위의장 후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재보선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아예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 '호남전패' 반성…쇄신 촉구 4.29 재보궐 선거에서 수도권 승리로 한껏 고무됐던 민주당에도 쇄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밑으로부터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먼저 인식하고 쇄신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쇄신 요구는 4.29 재보선에서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전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등돌린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당 쇄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2일 목포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것은 여당의 참패나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호남 전패"라며 당 쇄신을 촉구했다. 정세균 대표도 호남선거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외부용역을 의뢰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 대표가 거듭 대여 강경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도 4.29 재보선에서 호남의 개혁성향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재보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당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당의 선명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여관계에서는 더욱 강하게 싸워야 한다"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강조한 것도 정 전 장관이 재보선 과정에서 "제1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한데 대한 반발로 읽힌다. 현재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을 쇄신의 큰 축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5월은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과 당원들의 논의가 진전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번영'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뉴민주당 플랜은 낡은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뉴민주당 플랜의 성공 여부는 '정세균 체제'를 확립하는데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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