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개 원자재 가격으로 산출되는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4일 1.5% 상승한 232.2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7일 이후 최고치다. 천연가스 가격이 5%이상 상승하고 국제 유가도 2%이상 오르는데 힘입어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54.47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이후 최고치이다. 유가는 올 들어서만 22%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중 특히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철광석, 구리 등 금속류 가격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런던 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3% 오른 톤당 4740달러를 기록해 2주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세는 세계 물동량 증가로도 나타난다. 지난 1일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전일 대비 20포인트(1.12%) 오른 1806을 기록했다. 중국의 산업생산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에 철광석 등을 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강세다.
앞서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중국의 4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50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PMI가 9개월만에 확장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4월 PMI는 53.5로 지난 2개월 연속 확장세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날 발표된 미국 주택시장 관련 지표들도 예상밖의 호조세를 보여 회복 기대감을 더하며 아시아, 유럽 등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동력이 됐다.
특히 뉴욕 증시는 이날 올들어 손실을 모두 만회하며 S&P500지수의 경우 900선 탈환,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1월 수준을 회복했다.
그동안 증시에 비해 저조했던 원자재 가격의 '디커플링'현상도 뚜렷한 경기 회복 전망이 이어지며 사라질 전망이다.
CPM그룹의 마크 한센은 "중국이 최근 원자재 구매를 늘리고 있어 가격 상승 추세가 8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달러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안전자산'인 원자재 투자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수퍼펀드 파이낸셜의 애론 스미스 매니저는 "원자재는 향후 몇 주 동안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현재 전세계의 종이로 된 자산(주식·채권) 중에서 실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농산물은 향후 경기가 더 악화되더라도 비탄력적인 수요로 인해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상 기후 등으로 전세계 곡물의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이미 농산물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런던 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비정제 설탕(흑설탕) 가격은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인도분 정제 설탕(백설탕)은 장중 32개월래 최고치인 톤당 44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