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당 화합 방안으로 추진했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박 대표는 체면을 적잖이 구겼고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에까지 직면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당 쇄신 방안도 상당 부분 빛을 잃게 됐다. '김무성 카드'가 쇄신안의 골간이었던 만큼 선거 참패 수습책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할 형편이다. '김무성 추대론'은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박 대표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회심의 카드였다. 박 대표는 당내 주류계를 설득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동의까지 얻어냈다. 내심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수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정작 박 전 대표와 사전 상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김용갑 상임고문은 지난 8일 "정치 초년생도 이렇게 거꾸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공성진 최고위원도 "박 대표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에 있는 분들이 미숙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여권 내부 의견 조율 과정이 아주 복잡하고 절차와 시간이 걸린다"며 "큰 여당이고 청와대까지 있고 한데 완전히 의사를 정한 뒤 어떠냐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 미리 어떠냐고 했다가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정의화, 안상수, 황우여 의원 등 경선 주자들과도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일정 부분 이상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당내에서는 소장파를 중심으로 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참여한다면"이라고 전제한 뒤 "조기 전당대회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내 분란을 수습하기 위해 박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하는대로 만나 설득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제 회동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이미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양자 모두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별다른 소득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무성 카드' 성사 여부에 자신의 정치력 복원 여부가 달린 박 대표로서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도 미국 현지 기자 간담회에서 "만나겠다고 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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