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각국의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의 대규모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KDI는 17일 '외국자본 유출입 패턴 변화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이 신흥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회복으로 이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송민규 KD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볼 때 작년 4분기 대거 유출됐던 외국자본의 재유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대규모의 국내 주식투자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에 따르면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의 대출금 등 기타 투자 중심에서 2000년대 들어 주식 및 채권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2004년까진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순유입 기조를 나타내다가 이후엔 채권투자 중심으로 바뀌는 양상을 나타냈다.
송 연구위원은 "외국자본의 투자는 '성숙시장 투자자의 신흥시장 투자'로서 성숙시장의 자본비용과 투자유동성, 신흥시장의 안정성 등에 따라 결정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2003~2004년께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가 꾸준히 증가한 원인은 같은 기간 동안 미국 등 선진국의 낮은 자본비용과 국내경제의 안정성 등에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2005년 이후부터는 선진국의 금리가 오르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확대돼 국내 주식시장으로부터 외국자본이 이탈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채권투자와 관련, "외국자본의 국내 채권투자에서 내외 금리차가 크지 않을 경우엔 국내외 장단기스프레드 격차에 따른 재정거래에 의해 외국자본 유출입이 결정된다"면서 "2006년 이후 국내은행의 단기 외화차입금이 급증한 것도 외국자본의 장단기스프레드 거래와 관련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직접적인 신흥시장 투자요인으로 연결되긴 어렵다"며 "신흥시장 투자의 본격적인 회복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4월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2000년 수준인 28.9%로 하락하는 등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국내 주식시장 이탈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 역시 국내외 장단기 스프레드 차와 내외금리차가 현재처럼 유지된다면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송 연구위원은 "2006년 이후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과 외국인 채권 투자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직접 규제는 외국자본의 투자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며 "외환시장 규제 변경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