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을 뒤늦게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온라인 금융예언자 현실의 환멸’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논객에서 불순한 의도로 정보를 퍼뜨린 블로거로 체포된 미네르바 논란이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지난달 20일 무죄로 풀려난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은 한국의 전통적인 정치 문화와 독립적인 온라인 세계의 현격한 간극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네르바가 업계의 권위있는 전문가일 것으로 상상했던 사람들은 그가 2년제 대졸자에 실업자라는 사실을 알고 격하게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살해 위협도 받았던 박대성씨는 서울의 모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광기에 환멸을 느낀다. 여기서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이민가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타임스는 지난해 미네르바가 온라인을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리만브라더스의 몰락과 원화 가치의 하락을 예언한 것이 들어맞으면서 열광하는 네티즌들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한 시민단체는 익명의 그에게 ‘시민기자상’을 수여했고 TV 앵커는 정부가 미네르바의 충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서점에는 그가 추천한 서적들이 깔리는 열풍이 이어졌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한국의 상황이 1998년 IMF 위기와의 유사성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경제 관리들이 이전의 위기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의견들을 인터넷에 익명으로 올렸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박씨는 “10년 전 고통을 되풀이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선의로 시작한 것이었다”면서 “당시 IMF 위기 때 한 친구의 부모님은 자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보낸 부모들과 환율의 위험에 처한 기업인들에게 경고한 나를 정부는 테러리스트로 대접했다”고 분노했다.
타임스는 한국이 유교의 전통이 남아 있는 나라로 연장자와 계급의 서열이 존재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익명성에 힘입어 모든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네티즌들은 미네르바가 경험 많은 경제 전문가이거나 전문교육을 받은 관념론자, 혹은 내부고발의 의도가 있는 경제관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직업도 없는 아마추어라는 것이 드러나자 그를 추종하던 일부 네티즌들은 적대적으로 돌아섰고 보수 신문들은 그를 돌팔이로 치부했다. 박씨는 “내가 명문대를 나왔다면 사람들은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한국의 미네르바 현상을 정부와 시장 전문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상실됐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사람들은 예언자를 원했지만 미네르바는 환상이었다. 미네르바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피상적인 정보를 조합한 잘못된 예언자였다”고 혹평했다.
박대성씨는 “정부의 지지자들과 비판자들의 대립 속에서 볼모와도 같은 신세였지만 남은 것은 비난밖에 없다. 보수주의자들은 나를 공격했고 진보주의자들은 내가 자신들의 대변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고 있다. 한국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