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7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이날 오후 2시 이 전 수석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박 전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하고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 태광실업과 정산개발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박 전 회장의 사돈 김정복 전 보훈처장과 대책회의를 가진 의혹을 받고 있다. 2003년엔 동생이 받은 박 전 회장의 돈 7억원 중 5억4000만원을 변호사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사용했다. 이 전 수석측은 돈거래를 인정하면서도 "모두 갚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전 수석의 동생을 불러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원을 받은 경위와 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의 동생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계좌로 받은 자금을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 전 수석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윈앤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법률고문을 맡았으며, 지난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로 활동하며 'BBK 사건'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그는 경남 고성 출신으로 삼천포고와 고대법대를 나와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6년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이메일' 서면조사 검찰은 이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으로부터 '박연차 구명로비'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이메일로 서면조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검찰은 경영권을 아들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은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에게 '박 전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내용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은 같은 대학원을 다니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소환에 불응한 한 전 청장에 대해 검찰이 신병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는, 한 전 청장이 부탁을 받기는 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가 확인된 것이 없다"며 "한 전 청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강제 귀국시킬 수 없기 때문에 서면조사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그간 국세청 등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고 세무조사에 참여했던 국세청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세무조사가 왜곡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천신일 회장 소환 임박 아울러 검찰은 이날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 2명을 소환 조사 중이다. 천 회장은 이 전 수석에 대한 조사와 한 전 청장에 대한 이메일 조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김정복 전 보훈처장과 천 회장 등에 대한 수사는 모두 천 회장 소환을 대비한 수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민유태 전주지검장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을 받아온 대검찰청 최모 과장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어 내사종결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과장이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봉투를 받았을 당시 술에 많이 취해 있었고 다음날 봉투에 거액이 든 사실을 알고 민 지검장에게 돌려줘 혐의를 인정하기 힘들다"며 "민 지검장에 대해서는 법리검토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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