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뻔뻔한 사람이 있죠? 얼굴에 철판을 깐 그런 사람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철면피'입니다.
사람이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서야 심리상태가 얼굴색에 나타나게 마련이죠. ‘철면피(鐵面皮)’는 말 그대로 얼굴 피부가 철판으로 된 것처럼 변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인데, 변화가 없음이 내공이 쌓여서가 아니라 부끄럼을 모르기에 그러하죠.
송(宋)나라 때 손광헌(孫光憲)이 지은 에 왕광원(王光遠)이란 사람의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머리도 좋고 공부도 하여 벼슬길에 올랐는데 출세욕이 지나쳐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아첨을 일삼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관직이 높은 사람이 술에 취해서 매를 들고 그를 때리고 싶다고 말하자 "대감의 매라면 기쁜 마음으로 맞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웃으면서 매를 맞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의 친구가 "자네는 쓸개도 없는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 어찌 태연히 웃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그런 사람에게 잘 보이면 해로울 게 없지 않느냐?"라고 대답했습니다. 친구는 더 할 말이 없었죠.
당시 사람들이 "왕광원의 얼굴은 철갑(鐵甲)이다."라고 했습니다.
왕광원이 내공이 경지에 이른 건지, 아니면 간도 쓸개도 없는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사람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