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85억원대 탈세와 '박연차 구명로비'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오늘 재소환 조사 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에 따르면 19일 소환돼 이날 새벽까지 18시간30분간 사실상 밤샘조사를 받은 천 회장은 탈세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대체로 부인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우리가 제시한 자료를 통해 형태는 (언론인터뷰 때와 비교해)변했지만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며 "오늘 재소환 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도움을 받아 증여세 등 세금 85억여원을 포탈하고, 지난해 7∼11월 박 전 회장의 돈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은 2003년 세중나모인터렉티브를 합병할 때부터 지인들의 이름을 빌어 주식을 사들인 뒤 천 회장의 자녀에게 헐값에 되파는 방식으로 탈세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또 천 회장이 지난해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때 박 전 회장에게서 돈과 청탁을 받고 같은 대학원에 다녔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그간 천 회장 집과 회사, 국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한 전 청장과 국세청 관계자, 태광실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를 통해 당시 정황을 '재현'할 정도로 파악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의 사돈이자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천 회장, 태광실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세무조사 대책회의도, 그 실체를 확인했다.
홍 기획관은 "세무조사 무마로비와 관련해서 태광실업 직원들이 대책회의 때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다 재현해 놓은 상태로, 완벽하게 조사가 돼 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다만, 세무조사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까지는 단 한 번도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홍 기획관의 설명이다.
검찰은 그러나 2003년 동생이 사업자금 명목으로 받았다 갚은 7억원 중 5억4000만원이 이 전 수석의 변호사 사무실 임대비용으로 쓰인 만큼, 의혹의 끈을 놓지 않고 수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오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매매계약을 맺은 미국 '허드슨클럽' 계약서와 집주인 통장 사본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권양숙 여사를 주중 재소환해 박 전 회장에게 받은 돈 100만달러, 정연씨가 쓴 40만달러에 대해 조사한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사고 있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 자치단체장 등 지방관료, 법조계 인사, 경찰 간부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계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