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죠. 자신의 책임이나 잘못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 혹은 구성체에 떠넘기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모양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제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일도 비일비재할 겁니다.
오늘 이야기는 '전가'입니다.
주로 '책임을 전가하다'의 꼴로 쓰이는 '전가'라는 말은 ‘떠넘기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속뜻은 의외입니다. '전가'는 한자로 '轉嫁'라 씁니다. '轉'은 '옮기다' '바꾸다'라는 뜻의 '구를 전'입니다. 학교를 옮기는 것을 '전학(轉學)'이라 하지요. '嫁'는 '출가(出嫁)'라는 말에서 보듯 '시집갈 가'입니다.
따라서 '轉嫁'라 하면 '시집을 옮겨가다' 즉 '다시 시집을 가다'라는 뜻입니다. '개가(改嫁)'나 ‘재가(再嫁)’와 같은 뜻의 말이지요.
세종 9년에 의금부(義禁府)에서 창원부사 권유순(權有順)을 고신(拷訊;죄를 의심하여 받는 고문과 신문)하기를 청하고 잡아들이려고 하자 도망하였는데 아내 김씨가 아들에게 “근일에 난신(亂臣)의 처첩(妻妾)을 공신(功臣)의 집에 나누어 종으로 삼거나, 혹 첩으로 삼기도 하고, 혹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니(或轉嫁他人), 내 어찌 차마 이런 일을 당하겠느냐?”라고 말하고 가솔이 모두 흩어져 숨어 지내다 목을 매 생을 마감합니다.
‘轉嫁’란 ‘다시 시집보내다’가 본뜻인데 다시 시집보내는 게 떳떳한 행위가 아니기에 그런지 ‘떠넘기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말입니다.
"내탓이오!!"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