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진행됐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중심의 정상외교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번 아세안 외교 일정에서 최대 성과는 한국을 포함해 15개국 정상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한 것이다. RCEP 서명을 계기로 신남방·신북방 국가와의 새 외교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문 대통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변화된 국제 정세 속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 발표를 통해 다시금 드라이브를 걸었다. 아울러 제2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메콩 유역 국가와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층 격상시켰다. 한반도 4강이 모이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는 도쿄·북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에 대해 역설했다.코로나 이후 고려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 발표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존 신남방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은 포괄적 보건 의료 협력을 비롯한 7대 핵심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새롭고 실천 가능한 방안이 담겨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가며, '사람 중심의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더 빠르게 현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에는 코로나19 등 변화된 정책 환경과 아세안 측의 신규 협력 수요를 반영한 7대 전략방향이 담겼다.▲포스트 코로나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 ▲한국의 교육모델 공유 및 인적자원개발 지원 ▲한류 활용 쌍방향 문화교류 증진 ▲상호 호혜적이고 지속가능한 무역·투자 기반 구축 ▲상생형 농어촌 및 도시 인프라 개발 협력 ▲공동번영의 미래산업분야 협력 ▲비전통 안보 분야 협력 등이다.강민석 대변인은 "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통해 그간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성과와 비전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코로나19에 따른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의 큰 호응을 얻는 등 신남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 공고하게 심화·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한·메콩, 협력 관계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13일 제2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메콩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됐다. 한·메콩 정상회의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베트남 등 메콩 지역 국가 5개국과 우리나라가 함께하는 다자회의체다.한·메콩 협력 체제가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되면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미래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 비전을 담은 '한강·메콩강 선언'을 채택하는 것으로써 첫 단추를 끼운 바 있다.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지난해 한강-메콩강 선언에서 합의한 7대 우선협력분야 ▲문화·관광 ▲인적자원개발 ▲농업·농촌 개발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환경 ▲비전통안보를 중심으로 한·메콩 협력을 내실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고, 결과문서로 공동성명이 채택됐다.공동성명에는 ▲한·메콩 관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한국의 신남방정책 및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 지지·환영 ▲코로나19 대응 협력 및 한국의 지원 평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문 대통령은 공동성명 채택 후 "내년이면 한·메콩 협력이 시작된 지 10년"이라며 "오늘 우리가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한국과 메콩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도쿄·북경올림픽 계기 평화 물꼬 트기에 주력한 文문 대통령은 14일 제23차 아세안+3 정상회의와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잇따라 참석했다.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는 지난 4월 특별 화상정상회의에서 논의했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역·보건 협력 방안과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 의지를 표명했다.EAS 정상회의는 아세안 10개국에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호주·인도·뉴질랜드 등 8개국이 참석하는 회의체다.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체제에서의 미중 패권 경쟁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무대로 평가됐다.문 대통령은 EAS 정상회의에서 의제 발언에서 도쿄 하계올림픽과 북경 동계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르자고 제안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나는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함께하는 '동북아시아 방역 보건협력체'를 제안했다"며 "연대와 협력으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동북아 평화의 토대를 다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또 "2021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이 됐던 것처럼 회원국들의 신뢰와 협력으로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인류는 코로나 극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구상의 일환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도쿄·북경 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비핵화 대화 재개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특히 다자외교 무대에서 처음 마주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 각별하게 반가움을 표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드러내면서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강 대변인은 "방역-보건의료 분야 다자협력과 방역-안전 올림픽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해 역내 호응을 얻은 것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15개국 참여하는 '세계 최대 FTA' RCEP 서명…8년 만문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15일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RCEP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당초 인도까지 16개국이 참석 대상이지만 인도가 탈퇴하면서 15개국으로 줄었다.RCEP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최대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서명됐다. 2012년 11월 EAS를 계기로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8년간의 협상(31차례 공식협상, 19차례 장관회의, 4차례 정상회의, 10차례 화상 정상회의) 끝에 올해 시장개방 협상 등을 포함해 모든 협상을 매듭짓게 됐다.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 당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정상이 역내 회원국 간 FTA에 동의하는 협정문을 타결한 바 있다. 올해 인도를 포함한 16개국 정상 간 협정문의 공식 서명을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인도는 제외된 채 15개국 간 협정문을 타결했다.RCEP에 참여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불참을 선언한 인도를 제외해도 전 세계 생산의 30%를 차지할 만큼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이번 다자무역체제 강화는 신남방지역 핵심 국가들과 교역의 새 지평을 열 수 있게 됐다.또 우리 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맺은 원산지 기준을 단일화하는 데 의미가 있으며, 저작권·특허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대한 포괄적 보호 규범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평가다.협정문은 ▲상품 ▲서비스 ▲인력이동 ▲전자상거래 ▲투자 ▲원산지 ▲통관 ▲위생 및 검역조치(SPS) ▲기술규제 및 적합성평가 ▲경쟁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중소기업 ▲경제기술협력 ▲총칙 등으로 구분됐다.RCEP 회원국들은 협정에 끝내 불참을 선언한 인도에 대해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기로 했다. 15개 회원국들은 대신 '인도의 RCEP 참여에 관한 장관 선언문'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