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21일 소환 조사 중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이택순 전 경찰청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늦어도 오늘 중 결정한다. 이날 오후 2시5분께 출석한 이 전 청장은 부·경지역 경찰 관서에 근무하면서 박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전·현직 경찰간부 중 첫 소환자다. 이 전 청장은 13대 경찰청장 재임 중이던 2006년 2월∼2008년 2월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 규모의 미화(달러화)나 한화(원화)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은 2000년 경남경찰청 차장, 2003년 경남경찰청장을 지내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과 친분을 맺었으며, 노무현 정부 때 경찰 총수에 오른 인물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이 전 청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가 확인되면 늦어도 22일 중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10시 다시 출석한 천신일 회장을 상대로 탈세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보강조사를 실시한 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아 증여세 등 세금 85억여원을 포탈하고, 지난해 7∼11월 박 전 회장을 위해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탈세는 주로 박 전 회장과의 주식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박 전 회장이 지인의 명의를 빌어 높은 값에 산 주식을 천 회장의 자녀들에게 헐값에 되파는 방식이다. 이때 천 회장 측 주식 매입 자금은 옛돌박물관의 석물(石物)을 팔아 마련했다. 실제 2002년 돌을 팔아 모은 20억원은 딸 미전씨가 주식을 매입하는데 쓰였다. 천 회장은 또 세중나모인터렉티브 등을 합병, 세중나모여행사를 만드는 과정과 13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과 한 전 청장과 국세청 관계자, 태광실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를 통해 당시'구명로비' 정황을 '재현'할 정도로 파악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천 회장, 태광실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세무조사 대책회의도 실체를 확인했다. 다만, 그간의 의혹과 다리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까지는 단 한 번도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홍 기획관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2003년 동생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원을 받았다 갚은 점을 감안, 의혹의 끈을 놓지 않고 이 돈의 명목과 갚은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미국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허드슨클럽' 계약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법무부에 넘겼다. 이와는 별도로 권양숙 여사를 이번주 내 재소환해 박 전 회장의 돈 140만달러에 대해 조사한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밖에 박 전 회장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민주당 최철국 의원(김해을)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등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조사를 받은 민유태 검사장을 포함해 검찰 간부 2∼3명, 국정원 간부 1∼2명, 이날 소환된 이 전 청장 등 전·현 경찰간부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부산·경남지역 출신의 현역 국회의원 2명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3명, 현직 부장판사 1명과 지방국세청장급 1명이 소환대상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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