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입은 신사가 요리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데”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죠? 신사가 양복을 입은 것일까요? 아니면 양복을 입었으니 신사일까요?
오늘 이야기는 '신사'입니다.
양복을 입은 사람과 동일시되는 신사... ‘신사’를 사전에서는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로 정의해 놓았으나 아무리 교양이 있고 예의가 발라도 복장이 따르지 않으면 ‘신사’라고 하지는 않죠.
‘신사’란 말은 개화기 '서양옷'이란 뜻의 양복을 입은 사람에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 신사란 말이 만들어진 것은 양복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훨씬 오래 전에 만들어진 말입니다.
옛날에는 복색(服色)이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냈죠? 바지의 허리띠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민 이하 사람들은 천으로 만든 허리띠를 썼는데 이를 ‘포대(布帶)’라 하고, 오늘날 널리 쓰는 가죽띠 즉 ‘혁대(革帶)’는 하급관리들이 쓰는 허리띠였습니다.
지위가 높은 고급관리는 비단으로 만든 허리띠를 썼는데 이것을 '신대(紳帶)'라 합니다. 이 ‘신대(紳帶)’를 두른 관리를 ‘신대에 홀(笏;임금을 배알할 때에 손에 쥐던 물건)을 꽂은 선비’라는 뜻으로 ‘진신지사(搢紳之士)’라고 했는데 줄여서 ‘신사(紳士)’라고도 하였습니다. 1881년 고종황제는 서구문물을 조사하기 위해 12명의 신사(紳士)를 일본에 파견하는데 이를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이라 하죠.
제비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연미복(燕尾服)을 입은 영국신사를 연상케 하는 ‘신사’는 이 ‘신사(紳士)’에서 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