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뭐가 심상치 않느냐고요? '심상'이란 말 자체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심상'입니다.
'심상'이란 말의 쓰임새로 보면 '별것 아닌', '예사스런'이라는 말이죠? 그 예사스런 '심상'이 도대체 뭘까요?
'심상'은 한자로 '尋(찾을 심)常(매양 상)'이라 씁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늘 찾는 것'이 되나요?
'尋'은 '찾다'라는 뜻 외에 ‘8자(尺)’라는 뜻도 있습니다. 약 1.8m정도의 길이를 이르는 말이죠. '常'도 마찬가지로 '매양'이라는 뜻 외에 ‘16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심상이란 가로세로 각각 1.8m, 3.6m의 2평정도 되는 땅을 말합니다. 오늘날이야 한 평에 수억을 호가하는 땅도 허다하겠지만 이런 말이 만들어질 당시 드넓은 땅 가운데 2평 정도는 별것 아니라는 뜻입니다.
두보(杜甫)는 그의 시 ‘곡강(曲江)’에서 “酒債尋常行處有(주책심상행처유; 외상술값이야 세상 어디나 예사로운 일이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사람이 일흔까지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네.)”라고 읊었습니다. 세월이 바뀌어 외상술을 마시는 일은 심상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고, 고희(古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닌 심상한 세상이 되었죠?
심상으로 살기를 바랐지만 고희를 훨씬 앞둔 예순 셋으로 세상을 떠나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는 날이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