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에 가까운 중소기업이 부실하다. 정부는 이를 은폐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경제학회와 함께 4일 개최한 ‘위기국면의 판단과 향후 구조조정 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방향’을 발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2008년을 기준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순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 전체의 42.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은행의 중소기업 관련 부실채권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지난해 특수은행의 중기 대출을 늘린 뒤 올해 들어 지급보증, 은행자본확충펀드, 신용보증 연장 등을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의 부실을 은폐하고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오히려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은행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경우, 4월 공정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40개 민간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연결합산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는 그룹이 9개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그룹은 7개로 나타났다.
두 교수는 “특히 금호아시아나, 두산, 대한전선 그룹 등 최근 M&A를 통해 급성장한 그룹의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연결합산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지표가 각 그룹의 건전성 정도에 대해 엇갈린 신호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평가와 이에 따른 MOU 체결이 정부·채권단과 대상 그룹간의 물밑 협상에 의해 좌우됐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은행에 대해서는 “건전성 지표들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이 모두 지주회사 산하 자회사라 지주회사 전체의 연결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은행이 아니라 지주회사에 대해 목표 비율을 설정, 자구노력을 독려하고 미달하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막대한 (준공적) 자금을 사용하는 금융공기업 감독장치는 더 부실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예상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회복이 빨라질 수도 있으나 금융기관 추가부실 등 잠재적인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봤다.
장민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때는 수출증가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 등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있었으나 현재는 수출감소와 함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선행지수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조적인 개선세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