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의 앞날이 오리무중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가격 상승세도 최근들어 꺾였다. 수출도 여전히 부진하다. 시장조사회사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5일 기준 D램 제품인 1기가비트 DDR2 800㎒의 현물가격은 1.18달러, 고정거래가격은 1.13달러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16기가비트 MLC의 현물가격은 4.11달러, 고정거래가격은 4.22달러다. 현물가격은 매일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소규모로 거래되는 평균가격을 말한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들 간 대량거래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우선, 올해 들어 오름세였던 현물가격이 주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고정거래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D램은 3월 들어 1달러를 회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의 승자가 국내업체들 아니겠느냐는 예측이 많았다. 외국업체들의 감산소식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후 가파르게 1.1달러를 넘긴 뒤 두 달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덩달아 올랐던 고정거래가격도 멈칫하리라는 전망이 타당하다. 현 고정거래가격인 1.13달러는 만들수록 적자인 가격대다. 낸드플래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4월 4.59달러까지 치솟은 현물가격이 현재 4.11달러까지 떨어졌다. 수출 부진도 두드러진다. 올 들어 매월 조금씩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진하다. 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24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대비 22.1% 감소했다. D램도 전년 동월대비 34% 감소한 6억3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업계의 감산과 투자 축소 등으로 반도체가격은 개선되고 있지만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세이기는 하나 스마트폰, 메모리카드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개선되지 못하면서 전년 동월대비 30.6% 줄어든 1억7000만달러를 올렸다. 이같은 불황은 회복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시황호전의 열쇠인 ‘수요’가 불투명한 셈이다. 업계 역시 수요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1분기 국내 IT업계가 재미를 본 ‘환율효과’ 역시 미미해지고 있다. 국내업체에게는 악재가 하나 더 늘어난 꼴이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PC 출하량 등 IT 수요는 올해 하반기 10~15% 수준의 증가는 가능하나 여전히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은 상태”라며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PC부문 지표가 당초 예상보다는 좋게 나왔지만 여전히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수요 회복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내업체들의 월등한 기술력은 장점으로 손꼽힌다. 수요가 회복돼 가격이 본격적으로 급등하면, 국내업체들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3월 잇따라 40나노급 D램 개발을 발표했다. 업계는 국내 업체와 해외 경쟁업체의 기술력 격차를 2~3년 정도로 보고 있다. 국내업계가 반도체 가격 회복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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