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8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황을 이명박 정부의 대북안보정책의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직접 이행 선언과 비핵·개방·3000구상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개최한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긴급비상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위기 상황을 해소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대북안보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급박한 군사적 긴장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의 총체적 실패 결과"라며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10·4선언 이행을 협의하기 위해 남북 당국자간 협의를 구체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며 "대북 강경정책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즉각 폐기 선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도 일련의 군사적 긴장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9·19공동선언을 존중,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해야 한다"며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회의에 앞서 정세균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당의 정책 방향에 반영하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현재의 남북관계 위기가 비현실적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조장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외면하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늦었지만 6·15공동선언 9주년을 기점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정립하고 잘못된 정책 기조를 바꿔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날 위기는 근본적으로 비핵·개방·3000구상을 추진하고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 때문"이라며 "문제는 현 정부가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정 전 장관은 "게다가 정부는 책임이 북쪽에만 있는 것으로 홍보하고 자신들이 매듭을 풀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해법 찾기가 더 어렵다"며 "일종의 자승자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도 지금 강경하게 대북 비난을 하고 있지만 과거 패턴으로 볼 때 한, 두 달 안에 북미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며 "이 때 허겁지겁 따라가기 보다는 미리미리 챙겨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벼랑끝 전술이나 내부적인 정치상황 변화 때문인 것으로 가볍게 판단하는 것은 잘 못 된 것"이라며 "현재 상황과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사실상 남북관계 위기는 남북 대화 단절과 긴장 관계 조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통일부를 없애려 하는 등 과거 10년의 평화정책을 안보정책으로 바꾸면서 야기된 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나 유엔 인권 결의안 제안국 참여 등 일련의 공격적인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에 어떤 도움도 안되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남북정상회담 대북특사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등은 좋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원인 제공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 대통령이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이행을 선언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기숙사 건설 등을 제안해야 한다"며 "북·미 수교를 희망하고 북핵 보유를 반대하는 중국의 역할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민순 정조위원장은 "향후 북·미간 외교를 통한 해결과 남북 관계 긴장 상황 지속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두 가지 모두 잃는 게임이다"며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에 한국의 입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정부는 남북관계 위기와 관련해 한·미 공조가 단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은 목표가 아닌 방법상의 문제"라며 "목표를 향해 미국과 어떻게 공조해 나갈 지를 고민하고, 국민 합의에 따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