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는 ‘소금’같은 씀씀이로 정리된다. 경기 불황 속에서 실속을 챙기려는 알뜰 쇼핑이 봇물을 이뤘다.
신세계 E마트가 지난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전국 122개 점포에서 1억1000만명에게 판매된 2724가지 상품군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초저가, 기획 상품, 소용량 제품 등에 소비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E마트가 지난 3월 초저가로 기획한 ‘990 야채’ 상품은 출시 3개월 만에 6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해당 상품군 내 매출구성비도 30~80%를 육박할 만큼 인기 품목이었다. 990원에 가격을 맞춘 오렌지주스, 소면, 밀폐용기 등 1000원 미만의 상품들도 잇따라 출시됐다.
제품 구입시 소용량을 선호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식용유, 참기름, 고추장 등 재구매까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조미료 상품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식용유의 경우, 1.8ℓ 용량의 상품이 15% 매출 신장에 그친데 반해, 0.5ℓ 용량의 상품은 매출이 45%나 뛰었다. 고추장·된장 역시 1㎏ 미만은 19% 매출이 늘었지만, 2~3㎏짜리는 오히려 매출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상품들도 인기가 높았다.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즉석 식품들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인기 외식메뉴인 파스타 재료의 경우, 파스타면이 73%, 소스류 82%의 높은 신장을 보였다. 바비큐나 치킨 역시 매출이 27%, 45% 증가했다. E마트가 올 상반기 출시한 간편가정식(HMR)의 경우도 출시 두 달 만에 매출이 20%나 뛰었다.
같은 상품군 내에서도 좀 더 낮은 가격을 선택하려는 소비 경향도 발견됐다.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각각 21%, 82%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반면, 한우는 8%로 한자리수 성장에 그쳤다. 돼지고기 내에서도 삼겹살 대신 뒷다리나 등심 같은 저렴한 부위를 찾는 소비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여가활동, 가치추구 등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 심리는 위축되지 않았다.
스포츠관련 상품의 경우, 지난해 대비 44%나 매출이 증가했다. 등산복 역시 17% 매출이 늘었고, WBC 이후 이어진 야구에 대한 관심은 야구 용품 매출을 319%나 치솟게 했다. 자전거의 경우도 10만원대 일반 자전거가 4% 신장한 데 반해, 30만원 이상의 고가 자전거는 17% 매출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의류나 용품 역시 28% 매출이 상승했다.
DSLR 카메라, MP3와 같은 소형 디지털기기 매출도 각각 45%, 34% 올랐다. 46인치 이상의 대형 LCD TV의 경우도 65%나 매출이 증가해 불황을 빗겨갔다.
E마트 프로모션팀 방종관 팀장은 “경기침체와 고환율로 불황형 소비가 심화돼 가격 메리트를 높인 상품과 마케팅으로 위축된 소비를 활성화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실속과 알뜰소비로 대표되는 소비트렌드 속에서도 쓸 곳에는 확실히 쓰는 합리적인 소비가 더욱 돋보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