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의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 23일 시중에 유통됐다.
한국은행 본점 앞은 새벽부터 신권을 교환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갑자기 몰린 접속자로 인해 한은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5만원권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전문가들은 5만원권이 물가상승, 뇌물수수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내수 진작,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5만원권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함께 추진됐다 중단된 10만원권으로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2007년 5월 한은이 고액권 발행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5만원권,10만원권이 함께 거론됐었다. 6개월 뒤 고액권 도안인물을 발표할 때에도 5만원권 신사임당과 함께 10만원권 인물로 김구가 선정되는 등 5만원권과 10만원권 발행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10만원권 도안 문제, 물가 불안 등을 이유로 10만원권 발행 연기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한은에 5만원권 유통 추이를 지켜본 뒤 10만원권을 발행하자고 요청했고 한은은 올해 1월 10만원권 발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 이내황 발권국장은 “정부에서 5만원권만 먼저 발행해서 유통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10만원권은 나중에 하자고 요청했다”며 “10만원 수표를 5만원권이 얼마나 대체할 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0만원권이 언제 발행될지는 알 수 없다”며 “당분간은 안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금융 전문가들도 10만원권 발행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농협경제연구원 임일섭 박사는 “당분간 10만원권에 대한 필요성은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고액권 발행보다는 화폐 단위를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각종 통계를 보면 ‘조’를 넘어서 ‘경’이 등장하는 분위기”라며 “사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1달러 대비 1000 단위로 넘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박사 역시 “10만원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화폐 단위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한 자리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