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현병철(65) 국가인권위원장의 취임식이 결국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현 위원장의 취임을 격렬하게 반대했던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장애인들이 취임식 도중 "날치기 임명 인정할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
이들은 취임식장에서 "인권관련지식 제로! 인권감수성도 제로! 현병철 자진사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다가 현 위원장의 취임사 낭독이 시작되자 단상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는 인권위 직원들과 활동가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 위원장은 이 소란 속에서 "빈곤층, 장애인, 여성, 아동, 노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보호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며 취임사를 묵묵히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현 위원장에 대해 "약자들은 지금 이곳 밑에 있다. 여기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다"며 "자리 욕심이 그렇게 나는가. 장애인 차별에 대해, 인권침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인권위원장은 꼭두각시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취임식 진행자는 현 위원장의 취임사 낭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취임식 종료를 선언했고 현 위원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활동가들은 취임식을 마치고 각자 사무실로 돌아가는 100여명의 인권위 직원들에게도 "저런 위원장 일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나. 당신들은 이제 쓰레기로, 정권의 개로 살아갈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현 위원장은 질의응답을 할 새도 없이 몇 초에 걸친 국민의례와 위원장의 10여분의 취임사만으로 이뤄진 반쪽짜리 취임식에 만족해야 했다.
사진=20일 인권단체회원들이 현병철 교수의 국가인권위원장 취임식을 저지하고 질의서를 전달하기위해 국가인권위원회 건물로 들어려가는 것을 경찰이 가로막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