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은 이날 낮 12시6분경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일행이 4일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다"며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일행을 맞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방송들은 또 "어린이가 빌 클린턴에게 꽃다발을 주었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공항 도착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했다.
미국 정부와 한국의 외교부, 통일부 등 관계부처들이 모두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소식에 대해 함구한 반면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도착 단 1시간여만에 신속하게 보도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의 표면적 의제를 인도적 문제인 미국인 억류 여기자 2명에 대한 석방교섭으로 국한시키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비공식화하여 대외에 물밑 북핵협상으로 비춰지는 것을 막고자 한 미국과 달리, 북한은 클린턴 방북을 공식화 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 양자대화의 물꼬를 열겠다는 북한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은 그 동안 외무성 담화 또는 국제 외교부대에서 미국과의 양자대화 재개를 바란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은 7월27일 담화를 통해 "6자회담은 적대세력의 변함없는 반공화국압살책동에 의해 개최 초기의 목표와 성격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변질 퇴색됐다"며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방식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21일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은 "6자회담에는 영원히 참가하지 않을 것이지만, 미국과의 대화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미국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24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신석호 대사도 미국을 향해 "공동 관심사에 대한 어떤 협상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대화의 길을 열어놨다.
반면 미국은 양자회담을 갖더라도 오직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반응과 북한 관용 언론인 북한 방송들의 보도는 북미 양자대화를 둘러싼 양국의 이같은 온도차를 보여준다.
사진=북한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평양공항에서 북한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된 미 여가지 2명의 석방을 위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