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투입을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 이미 62% 이상의 재정이 투입된 상황에서 하반기 민간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지만, 기업들은 좀처럼 투자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질설비투자액은 37조707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7조2657억 원)에 비해 20.2%(9조5584억 원)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4.9%)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직 국내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 대외적 요인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한 투자 관련 지원을 폐지·축소하면서 기업에 투자를 강요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지방투자 저해 요인 과제 조사’ 결과에서도 지방의 투자 여건을 묻는 질문에 64.9%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정부는 하반기 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재정부가 12일 발표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에는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1조 원 규모의 공공투자펀드 조성 사업이 포함됐다. 민자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기한도 2012년까지로 연장해 투자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기관에도 투자처를 발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한국수력원자력)와 보금자리주택단지(주택공사·토지공사)는 이미 조기 건설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집행도 목표액을 초과하며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7월 말 현재 당초 계획보다 7조8000억 원을 초과한 총 185조5000억 원(추경 포함)을 집행한 상황이다. 이용걸 재정부 차관은 “하반기에도 재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계획된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고, 조기 착공된 사업의 신속한 완공 및 기성금 지급 등을 통해 재정 집행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투자 활성화 조치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민자사업과 공공투자사업 역시 결국 국가 부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그(IMF)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2010년 42%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기업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