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갈등이 다시 불거져 몸살을 앓고 있는 지식경제부가 대형마트주유소 문제에서도 엉킨 실타래를 속시원히 풀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정책개발 부처'와는 다소 동떨어진 굼뜬 모습이다.
지난달 기름값 잡기 대책 일환으로 내심 저울질 중이었던 저가휘발유 도입이 녹색성장을 거스르는 싸구려 휘발유 논란을 초래하자, 곧바로 NH오일의 폴사인(주유소 상표표시) 도입방안을 꺼냈지만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이후 차츰 수그러들었다.
그나마 이달 초 지식경제부 국감에서 마트주유소 대책을 추궁받자 최경환 장관이 '대도시 중심으로 마트주유소 추진'이라는 정부 입장을 밝힌 이후로는 좀처럼 정책의 뚜렷한 윤곽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 장관은 당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으로부터 마트주유소 문제가 주유소업계 반발로 인해 제2의 SSM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질타를 받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가급적 대도시 인구밀집지역 중심으로 소비자 편익에 부합하면서도 영세 주유소업자들이 타격을 입지 않게 하겠다"고 추진계획을 밝힌바 있다.
최근에는 체인소토어협회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중소유통 경영실태조사 결과' 설문조사에서도 표본방식 논란으로 중소상인의 불만을 사는 SSM악재까지 겹쳐 '쌍끌이 압박'을 받고 있다.
지경부는 SSM과 마트주유소가 본질적으로 서민경제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곤혹스런 것으로 알려졌다.
SSM과 마트주유소는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과 유통시장 합리화 측면 등에서는 충분히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상인과 영세사업자의 생계불안을 내세우는 반발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신뢰상실을 초래하고, 자료의 비공개 등에 불신이 문제를 키우는데 부채질만 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정부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통령까지 나서 SSM 출점의 법적 제한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지만 서민경제 중시기조가 확산되면서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SSM 출점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다시 전통상업보전구역으로 지정되는 재래시장 외에는 등록제 SSM 시행으로 입장이 선회하면서 중소상인과 유통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달 중순 관계부처가 합동단속을 통해 12개 지자체의 대형마트 주유소 추진현황 분석한 자료 공개도 꺼리고 있어 불신을 사고 있다. 급기야 지경부 국감에서 자료의 비공개 이유를 추궁받자 최 장관은 "공개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공개할 뜻을 밝혔지만 보름 가까이 지나도록 깜깜무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