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의 내부지분율(총수일가와 계열사 지분 합계)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지분율은 높을수록 외부 적대적 M&A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유리하지만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또한 높아진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산기준 5조 원 이상인 48개 그룹(소속 1139개사)들의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총수있는 31개 재벌사의 내부지분율은 53.01%로 지난해(50.95%, 28개)에 비해 2.0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총수일가 지분이 줄되 계열사 지분은 늘어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상위 10대 그룹의 경우 1%대 지분율을 가진 총수가 특수관계로 얽힌 계열사를 방패삼아 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는 현상이 더 굳건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 '티끌'지분으로 全그룹 이끌기 여전
10대 그룹만 놓고 보면 재계순위 5위인 롯데(55.94%→55.70%, 0.24%P↓)를 제외한 모든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이 작년보다 올랐다. 재계 1위인 삼성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44.51%에서 46.02%로 1.51%P 올랐으며 2~4위인 현대자동차(46.87%), SK(53.71%), LG(40.29%) 모두 작년보다 각각 0.38%P, 1.26%P, 4.51%P씩 증가했다.
6~10위에 랭크된 현대중공업(68.28%), GS(58.82%), 금호아시아나(49.29%), 한진(47.48%), 두산(65.27%)의 내부지분율도 올라 50%안팎을 형성했다.
계열사 지분은 늘리되 총수일가의 지분을 줄임으로써 소유지배괴리도는 더 커졌다. 총수의 입김은 세졌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건희 전 회장(0.57%)을 비롯한 그의 일가의 지분은 1.07%에 그쳤다. 1% 겨우 넘는 지분으로 그룹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친족은 0.87%,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일가는 1.81%로 총수지분율이 낮은 대표적인 그룹으로 분류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2.17%)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일가(2.34%)도 오너가 매우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전두지휘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과하게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이끌 경우 기업의 투명·건전한 경영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결권 행사 등의 문제에 있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 지분구조가 A→B→ C→ A처럼 꼬리에 꼬리를 문 형태로 형성된 집단은 삼성, SK, 롯데, 한진, 동부와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백화점 등 12개 그룹이었다. 이같은 환상형 순환출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 줌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계열사에 힘 실어준다
상당수 기업들이 금융계열사를 활용해 계열사 출자를 하거나 순환출자를 이루고 있는 점도 재벌그룹의 특징이다. 2009년 현재 21개 기업집단이 총 78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계열사는 재벌집단이 지배구조를 연결해 나가는데 중심이 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로 형성, 보험사와 카드사를 주축으로 고리를 이루었다.
동부그룹 역시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증권, 동부캐피탈→ 동부생명→ 동부건설 형태를 띄는 등 금융사가 중요한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집단은 한국투자금융(12개)였으며 삼성(10개), 한화(9개), 동부(7개), 동양(7개)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15개 기업집단 소속 37개사가 96개 계열사(비금융 50개사 포함)에 출자하고 있다. 이들의 계열사 출자금은(올해 신규지정된 한국투자금융 제외)금은 지난해(1조5148억 원)보다 1577억 원(10.4%) 증가한 1조6725억 원이었다. 출자사에 대한 평균지분율은 작년(9.74%)보다 3.83%P 오른 13.57%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