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주창한 '그랜드바겐'이라는 단어를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북핵문제의 일괄타결 방식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재천명했다. 이에 공통된 접근방식을 토대로 한 양국의 공동대응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한·미 양국간 북핵 문제와 대북관계에서 어느때보다 긴밀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만족을 표했다"며 "6자회담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인이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으로 제시한 일괄타결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 문제에 대해 양국 정부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은 앞으로의 공동접근 방식에 완전히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취했다가도 대화에 복귀했고, 또 어느 정도 대화를 하다가도 다시 어떤 양보를 바라곤 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었다"며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행동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양국 정상의 발언은 그동안 한·미간 '엇박자'에 대한 지적을 불식시키는 한편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 대화에서 북한을 압박하고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관심을 모았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일정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6자 프로세스에 협렵하면서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핵무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보즈워스 대표를 내달 8일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일각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를 일축하고,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부각시켜주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은 또 북·미 대화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매제' 역할을 해야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북·미 회담이 6자회담이 잘 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양국 정상은 '채찍'과 '당근'의 대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했다. 우선 양국 정상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의 대가로 '정치·경제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북한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새로운 미래를 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이 만약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핵 우산과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한·미 안보태세를 재확인했다"며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동맹 미래비전을 내실있게 이행하겠다"고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확장억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은 물론 재래식 전력도 함께 제공한다는 종합적인 방위 동맹으로, 한국이 군사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자국이 공격을 당할 때와 같은 수준으로 대응 타격에 나선다는 개념이다. 즉 지난 10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명문화한 '확장억지'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계속 핵 개발에 나설 경우 한·미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은 실질적인 비핵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해 비핵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9일 청와대에서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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