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경제 6단체 수장들과 만났다. 상견례 성격의 이번 회동은 비상한 경제 상황 때문인지 덕담 이상의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약 50일 뒤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앞에는 실로 지난한 경제·민생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실물·금융 시장의 충격,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의 긴축 움직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착륙에 이르기까지 복잡다기한 사안들이 뒤엉켜 있는 데다 그 하나하나의 매듭도 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이번 만남이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또 이른 시일 내에 노동계와도 만나 협조를 당부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행사에서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방해 요소가 무엇인지 조언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좋은 아이디어를 건의하면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장려해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참석자들도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정책 건의도 했다고 한다. 규제 완화는 역대 정부마다 의욕을 보였지만 지금까지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다. 원인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이번만큼은 실천 가능한 정교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이번 회동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성사 과정이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경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과 관련해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가장 먼저 연락을 받고 다른 경제단체들에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당선인 측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번 행사가 전경련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부와 기업과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당선인과 재계의 만남에 전경련 회장이 초청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전경련을 재계 대표로 처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포괄하는 상의가 있는데 굳이 회동 연락을 대기업 이익에 특화된 전경련에 맡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비중이 크긴 하나 현재 국내 전체 사업체의 99%는 중소기업이고, 일자리도 83%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전경련이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환골탈태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지금은 상의 회장인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은 윤 당선인의 구호처럼 '국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부터 해야 하고, 당선인 측도 전경련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