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배는 개각 때마다 논란이 되어온 단골 메뉴다. 새 정부의 첫 개각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명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의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을 벗어난 것 같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한데 이어 일주일 만에 18개 부처의 절반에 대한 인선을 완료한 것이다. 이번에 낙점된 인사들은 당선인의 공약과 국정철학을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여소 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도 국정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자리다. 윤 당선인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능력과 경륜이 입증된 인물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서 벗어나 시장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할 인물들로 내각의 경제팀을 꾸린 것도 눈 여겨 볼만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국회에서도 기획재정위 간사,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원내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새 정부 초창기 부동산 정책을 손질하고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날 장관 인선에 있어 특징은 지역 안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청권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경제 부총리와 복지부 장관 자리가 간 것을 두고 TK 우대란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 인사에서 홀대받은 대구 경북 시 도민들의 한 맺힌 사연을 모르는 소리다.
충청권은 이번 개각에서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내각에 전진 배치되고 충청권 출신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실망감 이 있을 수 있으나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 경북에서 대통령이 배출되었을 당시에는 내각에서 철저히 배제된 사실이 있다. 충청권은 대통령을 배출 한데 대해 만족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충청이 배출한 대통령으로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려면 충청권이 앞장서야 한다. 이번 개각에도 충북 청주 출신인 김현숙 당선인 정책특보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여성가족부 장관에 내정되지 않았나. 충청권 지역민들은 개각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설마 하면서도 일말의 기대 감을 갖고 있었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 대구 경북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장관 후보자 발표 후 "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충청권 입장에서는 소외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만 당선인 나름대로 인재 발탁기준이 있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지역 유권자들은 여기에 화답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민들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충청권 홀대와 푸대접으로 이골이 나 있는 상태라는 불평이다. 문 정권 5년간 최대피해는 충청권이 아닌 대구 경북이다. 대구 경북은 이런 불합리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당선인에게 70% 이상 몰표를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당선인이 지역 안배를 모를리 없다. 새 정부에서 경제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코드인사와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인재를 찾아내 발탁했다고 본다. 지역 안배를 고려해 비전문가를 요직에 발탁하면 그 정부는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