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오전 방한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한 뒤 조찬을 함께하며 한중관계, 북한문제, 기후변화 공동대처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가졌다.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16~19일 한국을 찾은 시 부주석은 중국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시 부주석은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를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유엔기후변화 협상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키로 했다.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유엔에서 발표한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을 소개한 후 "기후변화에 대비한 세계적 노력에는 적극 참여하겠지만 인위적, 강제적 경제 성장 제한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펜하겐 회의에서 충분히 이견들을 수렴해 공감대를 만들어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이 개도국들에게 자금과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고 밝힌 후, "선진국이 개도국의 빈곤 퇴치를 도울 필요가 있다"며 "각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잘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선진국은 100년 전부터 준비해서 3~4만 달러의 개인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그동안 근대화 공업화 과정에서 온난화를 발생시킨 과거의 책임을 도외시하고 지금에 와서야 같이 책임지자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후진국의 기후 변화와 관련해 자금과 기술을 지원할 책임이 선진국들에게 있다"며 "코펜하겐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100%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새로운 협력의 출발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선진국들이 더 과감하게 CO2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신흥국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라며 "신흥국들이 경제 성장과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두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선진국들이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지만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어둡지 만은 않다"고 말하고, 거듭 "코펜하겐에서 좋은 합의를 못 이룰지는 몰라도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부주석은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하시기 전에 이 대통령의 입장을 듣게 돼 다행"이라며 "원자바오 총리에게도 대화 내용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중국 상황을 잘 알고 있겠지만 중국은 동서 간 경제력 격차가 크고 빈곤층이 많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 수준으로, 계속 발전해야 한다"며 "지속적 성장, 지속적 발전을 이뤄야 인민들의 지지를 계속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중국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중국 경제 성장은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로 세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시 부주석은 "녹화사업, 나무심기 계획을 중국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선진국과 신흥국이 차별화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중국도 스스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접견에서 북한 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는 과거와 다른 진지한 자세로 대화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북한도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6자 회담을 통해서 북핵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면 북한 경제도 자립해서 북한 주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해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며 "내년 한 해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중국이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이에 대해 "한반도 정세는 중한 양국과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다"며 "최근에 들어와서 한반도 정세는 아주 큰 변화를 맞고 있는데, 얼마 전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측이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후에는 북미 양측사이에 고위급 접촉이 있었고, 양측은 좋은 시기를 잘 택해서 한반도 정세가 계속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측도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면서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측은 이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그랜드바겐안'을 제시했고, 6자회담에 참여하는 각국도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중국은 각국들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각국들과 정치적 이해를 충분히 발휘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과 시 부주석은 국제적 금융·경제위기 대응과 관련, 양국이 보호주의 저지 등을 위해 적극 협력해왔다고 평가한 후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기로 협의했다. 양측은 또 내년 '중국방문의 해'를 맞아 인적교류 및 문화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2010년 상해 박람회와 2012년 여수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관련,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방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고, 시 부주석은 "한중일 정상회담이 2차례 거치면서 많이 발전했다"며 "내년에 한국이 의장국인데 좋은 성과를 내도록 중국도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시 부주석은 이와 함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산관학 공동연구의 조속한 마무리와 한·중·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의 원활한 진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기로 협의했다. 이 대통령과 시 부주석은 또 지난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구축 이후 양국관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착실히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한 후 앞으로도 양국관계가 보다 심화·확대될 수 있도록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후 "지금 중국은 우리에게 있어서 단순한 경제적 파트너가 아니며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 현안에 있어서 매우 돈독한 협력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시 부주석도 "양국은 일련의 국제적, 지역적 문제에 있어서 같거나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은 한국과 같이 노력하며 중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경제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양국은 아주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국제 경제 회복 면에서 어려운 면이 아직 있고, 중국 내에서도 여러 갈등과 모순들이 엇갈려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는 우리 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류우익 주중대사 내정자, 윤진식 정책실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이, 중국 측에서 청융화 주한대사, 우다웨이 외교부차관, 펑썬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천젠 상무부 차관 등이 배석했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7일 오전 청와대 에서 방한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국가 부주석의 예방을 받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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