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고향의 강' 등으로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원로 가수 남상규가 별세했다. 향년 83세.대중음악계와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에 따르면 폐암 4기 진단을 받아 투병중이던 고인은 지난 29일 오전 8시40분께 경기 고양 에덴재단 행복한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군복을 입고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례적 가수다. 부산 육군병참부대에서 군 복무 중이던 1960년 일병 계급장을 달고 당시 부산KBS '금주의 신인 참피언' 방송에 출연해 총 10주 동안 이어진 최종 관문까지 통과했다. 이 방송 출연을 계기로 군인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부산KBS 전속가수가 됐다.이후 영화 '스타 탄생' 주제가인 '애수의 트럼펫'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전역한 뒤 상경해 미8군 쇼업체인 유니버설을 거쳐 1962년 '가로등'을 취입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1965년 영화 '추풍령'의 동명 주제곡인 '추풍령'이 대히트하면서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 곡은 '추풍령' 감독인 전범성이 노랫말을 쓰고 작곡가 백영호가 멜로디를 붙였다.남상규의 또 다른 대표곡인 '고향의 강'은 1970년에 발표됐다. 재일교포 원이부(일본명 하라 도시오) 작곡으로 일본에서 먼저 공개됐던 노래다.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손석우가 우리말 가사를 붙여 새로 탄생했다. 일본에서 활약한 원조 한류 가수이기도 하다. 1967년 '전설의 디바' 패티김(84)과 함께 일본 빅터레코드에 전속 가수가 돼 현지에서 활약했다. 당시 일본에서 발표한 곡이 대만에서 불법 복제판으로 나돌 정도로 아시아에서 인기를 누렸다.1972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우리에겐 조용필(72)이 부른 버전으로 잘 알려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1977년 일본 콜롬비아에서 취입했다. 남상규 버전은 작곡가 길옥윤(1927~1995)이 프리템포로 편곡했다.'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84) 사단에도 한때 합류해 '빗속의 여인', '님은 먼 곳에' 등을 불렀다. 또 당대 히트메이커라 불리던 작곡가 김영광과 손잡고 '거리'(이후 배성 취입), '당신이 없는 세상'(이후 키보이스 취입) 등을 부르기도 했다. 본명인 남영일을 내세워 작곡가로도 활동했다.1990년대까지 일본에서 활약하던 남상규는 2003년 귀국해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 음반이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이 1974년 육영수 여사를 먼저 떠나 보내고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일수(一首)'에 작곡가 배준성이 곡을 붙인 '임과 함께 놀던 곳에'가 실렸기 때문이다. 이후 남상규는 후배 양성을 위해 기획사를 설립하기도 했다.2013년 자신의 토크 콘서트에서 남상규의 음악 인생을 회고하는 공연을 기획한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고인에 대해 "특별한 기교 없이 악보 그대로 부르는 원곡주의자다. 목소리 자체에 이미 감정이 녹아 들어있다고 평가받는 중저음의 매력적인 가수"라고 기억했다. 유족으로는 일본에 살고 있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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