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 등 그룹 오너들이 계열사 보유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 및 처분권 위임 동의서를 채권단에 넘기겠다는 합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한 차례 위기를 넘기게 됐다.
8일 산업은행 및 채권단과 끝까지 갈등을 빚던 금호그룹 오너 일가는 금호석유화학 주식 등 그룹 계열사 지분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며,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의 최대주주다. 오너들이 금호석화를 쥐고 있으면서 그룹의 알짜배기 계열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금호 오너들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그룹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금호석화 지분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식으로 사재출연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금호석화 지분을 넘기면 자칫 그룹 경영권 전체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로 오너들은 선뜻 지분 출연에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오너들의 사재출연이 부진하자 채권단들은 워크아웃 신청 시 약속했던 3년간의 그룹 경영권 보장을 철회하고, 당초 워크아웃을 진행하고자 했던 금호산업, 타이어를 법정관리로 돌리고,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을 워크아웃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그룹을 압박했다.
이날 오너들이 사재출연에 전격 합의한 것은 결국 끝까지 내몰린 금호 오너들이 금호석화의 자율협약을 유지하고 금호산업, 타이어의 법정관리를 막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재출연이 합의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 구조조정은 추가 워크아웃 계열사 없이 예정대로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권단이 오너 사재출연을 전제로 약속했던 금호산업 2800억 원, 금호타이어 1000억 원 신규자급 투입은 설 이전에 실행돼 급한 대금 상환 등은 처리할 전망이다.
금호석화에 대해서는 지분은 넘겨받되 오너 경영권은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오너들의 주식처분 위임권에 대한 처리 방안과 감자 등의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 세부안을 3월 중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금호아시아나 그룹 오너들은 채권단과의 논의를 통해 그룹 계열을 분리해 경영하는 것에 동의했다.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부자가 금호석화를 박삼구 명예회장 부자가 금호타이어를 각각 맡아서 경영 하기로 합의한 것.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성공하고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박찬구 전 회장이 그룹 경영권 전체를 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