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전격 복귀한 가운데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술렁거렸다. 진보단체와 또 다른 시민들은 이 회장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대법원의 징역형 확정판결을 받은 지 넉 달 만에 특별 사면을 받고, 다시 석 달 만에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은 법치주의이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반면 보수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이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로 인해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회장이 경영권 편법 승계 등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이미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고, 이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국민들 앞에서 반성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복귀를 선언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지금은 개인적으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며 "정화된 모습 없이 삼성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진보연대는 "징역형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복귀를 한다니, 우리나라에 사법질서라는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들에게만 법치주의가 있고, 재벌들에게는 법치주의가 없는 것인가"고 허탈해했다. 또 "삼성은 이 회장 없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었다. 삼성이 잘 되는 것은 이 회장 때문이 아니라 직원들의 열정과 정부의 혜택, 환율 등으로 인한 여러가지 요인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보수단체들은 '황제의 귀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경제적 효과 등에 기대감을 보였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능력이 검증된 이 회장이 일선에 나서야 한다"며 "세계 속에서 국가브랜드를 구축하는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국민들의 법감정에 대해서는 "이미 사면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국가 경제에 이바지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이트코리아는 "자유시장 국가에서 지분이 있는 사람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면을 받았기 때문에 복귀할 자격도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고 입장을 보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자신의 회사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복귀한 뒤 잘 이끌어 나가주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국민 기업으로서 그에 걸맞는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한다"며 "삼성가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에서 고려해야 할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전제했다. 시민들도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입씨름을 벌이는 등 견해차를 보였다. 회사원 김원섭시(54)는 "우리나라 현재 경제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진취적인 사람이 경영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평소 사회에 환원도 많이 했고 일정 기간 자숙하는 시간도 가졌기 때문에 지금 복귀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회사원 김모씨(29)는 "자녀들이 어느 정도 인수인계를 하던 상황이었는데, 지금 다시 경영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정말 은퇴했을 때 자녀들이 제대로 이끌어 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오은진씨(32)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며 "특별사면이라는 명목으로 죄가 순식간에 없어지더니,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떨궜던 모습도 지금은 온데간데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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