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맞고 있던 직책을 모두 해임했다. 장관급 공직자를 해임한 첫 사례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김 수석은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한 나 전 의원에 대해 '사표 수리'나 격식 있는 '해촉'이 아니라, 보다 강도 높은 '해임'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0일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의를 표명한지 사흘 만이다.
 
하지만 사직서를 수리한 것을 받지 않고 해임한 것은 의미가 다르다.
 
사임은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지만, 해임은 임명권자가 그만두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 잘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기후환경대사까지 해임 조치했다.
 
이를 두고 나 전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만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지난 5일 저출산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출산시 대출 탕감' 정책을 제안한 것을 두고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안상훈 사회수석이 다음 날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과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전면 부정했고, 이틀 뒤인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나 전 의원의 해촉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돼온 나 전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 해석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정책 문제라며 선을 그어왔다.
 
진로를 명확히 밝히지 않던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서면으로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 차기 대표 '출마 예고'로 사실상 받아들여지면서 윤 대통령은 결국 해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임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에는 김영미 위원회 상임위원이, 신임 기후환경대사에는 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각각 내정됐다.
 
김 부위원장 내정자는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서대 사회과학대학장,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 연구분과 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조 대사 내정자는 판사 출신으로 환경법, 환경규제법을 연구해왔으며 대통령소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 위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내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다음,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에 현지에서 재개하는 방식으로 정식 임명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