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재정위기 소식에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1664.13)보다 26.16포인트(1.57%) 낮은 1637.97포인트로 마감됐다. 지난주 후반 1660선을 회복했던 지수는 단숨에 1630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주말 헝가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재정악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때문에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감이 재차 확산됐다. 미국·유럽 증시는 물론 유로화도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도 급락했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01.8원)보다 34.1원 높은 1235.9원으로 마감됐다.
지난주까지 1200원선을 오르내렸던 환율은 단숨에 1230원대로 치솟았다. 환율이 123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6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띤 반면 유로화는 급락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헝가리 재정위기, 정말 심각?
이처럼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헝가리 재정위기가 심각한 사태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국내 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 투자액)가 5억40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 533억4000만 달러의 1.0%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국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헝가리 수출도 17억 달러로 전체 수출 금액의 0.47%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밖에 윤 국장은 "헝가리 신정부가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하고 있다"고 헝가리 정부의 의중을 헤아렸다.
지난 4일 헝가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TV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난 정부가 재정상태 관련 수치를 조작하고 경제상황을 속였다"며 "헝가리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헝가리 사태를 가리켜 '빅 배스(big bath)' 현상이라고 칭했다.
곽 팀장은 "빅 배스란 새로운 사장이 누적 손실을 최대한 털어버리고 과오를 전임 사장에게 떠넘기는 회계적 행태"라며 "지난달 29일 출범한 헝가리 정부는 부채 규모 왜곡을 전임 정부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빅 배스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실제로 헝가리의 국가부도 가능성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 정책 추진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 연구위원은 "시장 급변동을 기회로 삼아 하반기 이익모멘텀이 커지고 있는 전기전자업종과 화학업종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