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감정이 없으면서내게 감동을 준다책은 말이 없으면서내게 이야기 한다책은 선생이 아니면서내게 가르친다책이 나를 만들었다책은 나를 화나지 않게 하고병나지 않게 한다내 마음 기쁘려고내 마음 편안하려고내 마음 어루만지려고책갈피 넘긴다책을 좋아하는 사람은사랑을 아는 사람헌책은 옛 애인새 책은 새 애인-홍영택, '책'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헌책은 옛 애인/새 책은 새 애인.경주에서 시를 쓰는 홍영택 시인, 그의 첫 시집, <오상 五常>에 나오는 책에 대한 재밌고 명쾌한 정의다. 책을 애인처럼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존재로 인식하는 시인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헌책은 옛 애인, 새 책은 새 애인! 시인은 보릿고개 시절을 보냈고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했으며 해외건설 현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런 생의 다양한 체험들이 시의 자양분이 되어 그의 시에 녹아 시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홍영택의 시들은 난해하지 않고 맑고 진솔하다. 공자의 思無邪 시다.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하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시인은 만학도다. 토함산 기슭에 사는 시인은 요즈음도 거의 매일 토함산을 등산하며 산에서 책을 읽는다. 등산길에서 사색하며 시를 읽고 시를 쓴다. 김밥을 먹으며 산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시인에겐 천국이라고 자랑도 한다.“다섯 살 손녀와 할아버지가 이야기한다/할아버지는 날마다 기력도 떨어지니 도은이 학교 입학하는 것 보고 하늘나라에 가야 할텐데.../하늘나라에 가면 못 와? 아, 그럼 나 백년쯤 살다가 하늘나라에 가서 만나자/오늘은 우리 도은이가 시인이네/ 보름달 빛나는 추석 저녁에” (홍영택 의 시, 추석날 저녁)아, 시란 무엇인가? 시는 마음 저 깊은 곳에서 길어 올려야 하는 무엇이다. 때론 고요와 평화속에서, 때론 진흙탕 속에 태풍속에서, 때론 하잘 것 없는 인간들의 연민 속에서, 시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토함산 오솔길을, 그 중용의 길을 오늘도 걷고 있는 시인이여, 토함산 석굴암 대불 같은 위대한 침묵의 시를, 독자들은 기대하며 첫 시집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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