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의 최종 목적은 좋은 혈처를 찾아 음택과 양택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혈은 용맥을 타고 내려온 생기가 마지막으로 응집된 장소로서 풍수의 요체가 되며 풍수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이를 혈지(穴地), 혈장(穴場), 당판(堂坂)이라고도 하며 음택의 경우 시신이 직접 땅에 접하여 그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고 양택의 경우 거주자가 실제 삶의 대부분을 얹혀 살게 되는 곳이다. 다시 말해 혈이란 땅의 기가 뭉쳐져 있는 곳, 즉 생기가 응집된 지점을 말하며 용맥(龍脈)이 나무줄기라면 혈은 그 나무에 달린 열매에 해당된다.   주자는『산릉의장』에서 “혈을 정한다는 것은 한의학의 침구술에 비유할 수 있는 것으로 혈은 스스로 일정한 위치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털끝만큼의 차이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풍수에서의 혈이 인체의 경혈(經穴)지점에 비유할 수 있는 곳이라 하였다. 용맥을 따라 흐르는 지기(地氣)가 물을 만나 더 이상 흐르지 못하면 뭉치게 되는데 이러한 곳에 몇 가지 혈증을 갖추게 되면 이곳이 바로 혈이다.   그러므로 혈은 용의 흐름이 끝나는 용진처(龍盡處)에 주로 맺는다. 뒤로는 생기를 전달하는 용맥이 있고 앞으로는 생기를 멈추게 하는 물이 있어야 되는데 이러한 지형을 흔히 배산임수 형국이라 한다. 이때 전후좌우의 산(북현무·남주작·좌청룡·우백호)들이 혈 자리를 잘 감싸주어 바람으로부터 기(氣)가 흩어지지 않으면 좋은 길지가 된다. 여기서 아무리 산과 물이 법칙에 맞고 주변 산천의 형세가 혈장을 감싸주더라도 혈장 내에 뚜렷한 혈증(穴證)이 없으면 이는 가혈(假穴)인 것이다. 혈은 혈장의 구성요소인 혈장오악 즉, 입수[꽃꼭지], 좌·우선익[꽃받침], 전순[꽃순], 혈토[꽃심]가 갖추어져 있어야한다. 입수는 혈판을 맺기 전 혈장의 뒤편 산천정기가 볼록하게 모인 곳을 말하며, 그곳에서 양쪽으로 날개처럼 펴져 나와 혈장을 감싸 안아주는 것이 선익이고, 혈장의 생기가 흘러내리지 못하게 혈판 밑에 받쳐진 것이 전순이다. 혈장에는 이러한 여러 조건들을 갖추어야 진혈이 되는데 가혈은 얼핏 보면 짜임세가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혈증이 뚜렷하지 못한 곳을 말한다.   그리고 혈장 주위에서는 삼성(三星:官,鬼,曜)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용맥의 측면에 발생할 때는 지각(支脚)이나 요도(橈棹)의 기능을 하지만 만약 혈장주변에 있을 경우에는 중요한 혈증이 된다. 이것은 혈장 안으로 기운을 밀어줌으로써 생기를 더더욱 응축되게 하여 혈장 속에 있는 혈토의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진혈의 토질은 원래 돌도 아니고 흙도 아닌 비석비토(非石非土)이다. 색깔은 동쪽 (木)의 기운이 응결된 청색, 서쪽 (金)의 기운이 응결된 백색, 북쪽 (水)의 기운이 응결된 흑색, 남쪽 (火)의 기운이 응결된 적색이 합쳐져 중앙에는 모든 기운이 응결된 황색(土)의 밝은 빛을 띠어야 최상의 혈토로 간주한다. 그리고 혈심 내부에는 항상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야 생기가 융화되고 목렴, 화렴, 수렴, 풍렴, 등의 피해가 없어야 시신이 안정되고 일정기간 후 자연소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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