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자락의 수려한 산세를 품고 자리잡은 영주시 이산면 석포리는 내성천이 이뤄낸 넓은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 들판은 한때 영주시에서 가장 많은 쌀을 생산하는 곡창지대였다. 석포리는 129세대 22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주민들의 90%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고추와 수박, 생강을 재배하는 농가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석포리는 영주시내까지 약 8㎞ 정도 떨어져 있고 15~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시내버스 노선도 충분해 노령층이 시내를 오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최근 봉화군으로 향하는 국도가 잘 닦여져 봉화와 교류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석포리는 내성천의 풍부한 수량으로 농업용수가 걱정이 없는 마을이다.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해 농사를 짓기에는 최적지로 손꼽힌다. 내성천을 끼고 형성된 번계들은 경지정리가 잘 돼 소출도 많은 편이었고 당연히 품질도 우수했다.
하지만 영주댐이 완공되면서 번계들의 대부분이 수몰지구에 포함됐다. 약 30만평이 이르는 거대한 들판이 사라진 셈이다. 번계들의 농토 2/3는 석포리 주민들의 소유였지만 지금은 보상을 받고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났다. 버드나무가 우거진 번계들은 현재 무성한 풀이 우거져 있다.영주댐의 수몰지구인 번계들은 아직 물이 차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영주시는 정부차원에서 국가정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논으로 이뤄졌던 번계들은 습지 생태환경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면적도 충분해 국가정원으로서의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 주민들은 비어있는 번계들이 순천만 국가정원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과 같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영주시와 이산면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 수몰된 주민들의 심리적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석포리에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신라고찰인 흑석사가 있다. 흑석사는 조선시대에 폐사돼 절이 있던 자리에 절골이라는 지명만 남아 있었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 다시 지어졌고 1950년에는 정암산 법천사에 있던 아미타불좌상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 아미타불좌상은 효령대군이 왕실에 부탁해 만든 것으로,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목조불상으로 손꼽힌다. 이 불상 안에서 금동사리함과 사리 등의 복장유물도 나왔다. 보물 제681호로 지정된 흑석사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때인 9세기 유물로 불상과 광배·대좌가 분리된 채 놓여 있다.
선비의 고장 영주시답게 이산면 석포리에는 퇴계 이황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이산서원이 있다. 1573년 지방유림이 뜻을 모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해 위패를 모셨다. 1574년에 ‘이산(伊山)’이라 사액돼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그 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에 문을 닫아 이산서당만 남아 있다가 1996년 복원됐다. 현재 이산서당은 지방 유림의 회합과 학생들의 강학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포1리는 선성김씨 집성촌이다. 이곳에 영주 천운정이 있다. 천운정은 김륵이 건립했다. 김륵은 이황의 제자로 1576년 문과에 급제한 뒤 영월군수·경상우도관찰사·충청도관찰사·안동부사 등을 역임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크게 활약해 전란을 평정하는데 이바지한 공헌으로 선무원종공신에 책록됐다. 김륵이 1598년 만년을 보내기 위해 지은 정자인 천운정은 두 차례 자리를 옮겨 중수됐다가 1762년부터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정자 앞에 조성된 연못을 배경으로 조선 사대부의 정자 양식이 잘 구현돼 있다.정병권(83) 석포2리 노인회장은 “이산면의 석포리는 예로부터 곡식이 풍부해 잘 사는 마을이었다”며 “예전에는 이산면에 초등학교만 5개가 있을 정도로 주민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이산초등학교만 남기고 모두 폐교할 정도로 젊은이가 없는 마을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석포리는 현재까지 귀농·귀촌인구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석포리에는 이산면사무소가 가까이 있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만큼 앞으로는 귀농·귀촌인구가 충분히 늘어날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마을이다.김준한 이산면장은 “이산면 석포리는 선비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인정이 넘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전국 어디에서도 우수 농특산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쌀과 고추, 수박, 생강 등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바람대로 번계들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다면 체계적인 수질개선과 생태계 보전·관리, 사람과 자연간의 조화로운 상생을 모색하는 생태휴계단지로 조성돼 영주시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주민들의 삶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