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니? 당치도 않는 소리다. 원하지만 원하는 대로 다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세상 모든 일이 바라는 대로만 된다면 무엇이 걱정일까? 결혼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식도 뜻대로 되지 않으며, 사업도 뜻대로 되지 않는 데,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니? 거미가 열심히 거미줄을 치지만, 바람이 날려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덩치 큰 곤충이나 새가 거미줄을 망쳐놓기도 한다. 그러나 거미는 아무 말 없이 또 새로운 거미줄을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망쳐지면 또 다시 줄을 치고, 그런 다음 인내하며 기다린다. 적당한 크기의 먹이가 걸려들 때 까지...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이유는 먹이 포획이지만,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 역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꾸미지만, 매번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성공보다 실패가 더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불규칙하고 불안정해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려는 '카오스이론'이란 것이 있다.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은 애시당초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거나, 실현가능한 일조차도 사람이 그 모든 변수를 다 미리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개는 이미 실패가 예정된 일이었을 수가 있고, 그것이 당연한 결과로 나타날 뿐인데, 사람들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번민하는 경우가 많다. 단세포 생명에서 출발하여 대단히 복잡한 육체적 정신적 구조를 가진 인간으로까지 진화하는 동안, 자연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우수한 형질들만 대를 이어 축적된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니까 현재와 같이 유용한 형질들이 모아지기 까지는 성공보다는 헤일 수 없는 많은 실패가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무수한 시행착오의 결과가 현재 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얘기다. 즉, 성공은 실패의 산물이기에,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도, 실패를 비관할 일은 아닌데, 기본적으로 사람의 욕심은 논리 외에 존재하여 항상 당연함을 당연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의 욕심이 원하는 것은 대개 이루어지지 않음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진다’는 소리는 또 무슨 헛소리인가? 논리의 모순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그 답을 말하려 한다.   방법은 이외로 간단하다. 원하는 마음을 버리라는 것이다. 원함이 없으면 이루어 진 것과 같고, 구함이 없으면 가진 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거미처럼 부지런히 줄을 치고, 망가지면 또 치고, 그래도 망가지면 또 다시 새 줄을 치고, 인생은 그냥 그렇게 열심히 줄을 쳐 보는 것일 뿐, 거기에 무엇이 걸려들지 알 수 없고, 알려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리가 늘 기대하는 그 무엇이 희망을 만들지만, 희망이 곧 절망의 원인이 된다. ‘키에르케고르’가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며 동물 중에 인간만이 가진 특질이라고 했던 것 같다. 삶이 죽음을 예고하듯이 희망이 절망을 예고한다. 때문에 부질없는 희망만 버리면 절망할 일이 사라지고, 절망 없는 삶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희망해야 할 삶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 해를 보리라 누가 장담할 것인가? 희망은 미래를 상정하지만 나는 오늘 여기 있을 뿐이다. 산책길에 이슬이 송글송글 맺힌 거미줄을 발견하고 느낀 단상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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