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명한 고베대학 교수인 후지타 타쿠오교수가,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을 때 호텔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고혈압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토론을 시작한 사람은 데이비드 막카론이라는 비교적 젊은 무명학자와 다른 사람은 고혈압이라고 하면 반드시 이름이 나오는 거물(중진)이다. 일본처럼 무슨 일이든 타협 협조로 원만히 수습하자는 국격과 달리, 미국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지역사회문제는 학문적 논쟁이든 끝까지 논의한다. 때로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테이블을 두드리며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소금을 과잉 섭취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된장국이 너무 짜면 뜨거운 물에 희석하여 마시는데 체내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혈액 중에 나트륨(Na)이 너무 많으면, 물을 끌어와서 혈액을 희석한다. 이 때문에 체내에서 돌고 있는 혈액은 수분이 증가하여 혈관을 부풀리고, 혈관 벽이 강하게 눌려 혈압이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TV토론에서 처음으로 소금에 나트륨 과잉섭취의 해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데이비드 막카론 박사는 이에 의의를 제기했다. 고혈압의 원인은 나트륨(Na)의 과잉섭취가 아니라 칼슘(Ca)의 부족이라는 쇼킹한 설을 주장한 것이다. 막카론에 따르면 그가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나트륨(Na)과 칼슘(Ca)에 대해서 영양조사를 했더니 의외로 소금 즉 나트륨(Na)이 정상이었고, 오히려 칼슘(Ca)이 부족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막카론의 주장처럼 칼슘(Ca)이 부족하면 왜 혈압이 올라갈까?
 
혈액은 혈관이라는 이른바 수도관과 같은 관속을 강한 압력에 의해 흐르고 있다. 흐르는 혈액의 양이 증가하면 심장은 평소보다 강한 힘으로 내보내야 하고 혈관도 줄어들고 좁아진다. 수도관은 철관이나 강관 파이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량이 증가해도 굵기는 항상 같지만, 사람의 혈관은 그렇지 않다. 혈관 바깥쪽은 평활근이라고 하는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근육이 줄어들면 혈관은 좁아지고 늘어나면 넓어진다. 평활근이라는 것은 불수의근(不隨意筋)이라고 해서 손이나 발의 횡문근과 같은 수의근(隨意筋)과 달라서 자신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즉 자율신경의 컨트롤 하에 있고, 신체의 필요에 따라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한다. 교감 신경은 체내 혈액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혈관을 좁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긴장하거나 사고를 당하면 얼굴이 파래지거나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대로 부교감 신경은 혈관을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칼슘이 부족하면 혈액 속의 칼슘 농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부갑상선 호르몬이 나와서 뼈에서 칼슘을 빼내 보충한다. 이때 부갑상선 호르몬은 세포 안에 여분의 칼슘을 밀어 넣는 곤란한 작용도 하고 있다. 혈관 세포와 평활근 세포도 이 해를 피할 수 없다. 근육은 세포 내에 칼슘이 증가하면 수축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평활근 세포 안에 들어간 칼슘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올려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고혈압이다.
 
그런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고혈압약 중에 칼슘 길항제라는 것이 있다. 이름 그대로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약제이다. 얼핏 보아 고혈압도 칼슘 결핍증이라고 하면서 고혈압약이 칼슘 차단제라면 모순이 되지 않는가? 이 칼럼은 이 모순되는 듯한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있다.
우리가 칼슘의 섭취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당연히 혈액에 칼슘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곧바로 부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어 뼈에 있는 칼슘을 녹여, 혈액에 보충한다. 따라서 혈액의 칼슘 농도가 넘쳐난다. 이것이 질병의 원인인 칼슘 패러독스 현상이다. 일반 사람들은 영양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므로 이러한 메커니즘을 알 턱이 없다. 필자는 후지타 타쿠오의 ‘칼슘의 경이’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칼슘공부를 했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혈액에 아무리 조금일지라도 결핍한 만큼의 칼슘을 뼈를 녹여 보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뼈를 녹인 칼슘은 세포내로 비집고 들어가면, 세포 내가 공간이 없어져 모든 칼슘 신호가 중단되어 버린다. 이것이 핵심 메커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