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장기보험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 이어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장기보험마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외에 손보사들이 기댈 언덕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손보사들의 경우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은데다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 문제가 심각한 것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손보사들이 상품판매 강화에만 집중, 정확한 위험률 예측없이 무분별하게 의료담보 보장을 강화했기 때문. 2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5월말(일부손보사 4월) 현재 손보사들의 장기보험 경과손해율은 77.6~88.1%로 대부분 전년동기 대비 상승했다. 특히, 양호한 손해율을 보였던 대형사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다. 각 손보사별 장기보험 손해율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손해율을 보이고 있는 그린손해보험의 경우 4월말 현재 88.1%로 , 전년동기 보다 4.3% 포인트 상승했다. 이 회사는 전체 상품중에서 장기보험 비중이 75.7%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롯데손해보험과 삼성화재가 각각 87.8%, 86.2%로 그 뒤를 따랐다. 손해율이 80% 초반대에도 대거 포진돼 있는데 LIG손해보험(4월말 현재)이 82.2%였으며 그 다음으로 현대해상(3월말 현재)이 81.2%, 동부화재 80.8%, 흥국화재 80.5% 순이었다. 한화손해보험(4월말 현재)은 78.6%였으며 메리츠화재는 77.6%로 전년동기 대비 5%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 회사의 전체 상품중 장기보험 비중은 73.8%다. 문제는 경과손해율에서 준비금을 뺀 실제 위험손해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데 있다. 위험손해율은 손보사가 공개치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수 없으나 이미 일부 손보사의 경우 100%를 상회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보사들의 장기보험 손해율 악화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몇년 전부터 GA(대형법인대리점)를 통해 실손 의료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회사들은 골치가 더 아프다. GA들은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사망보다 생존담보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손해율 악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재 생존보장형 상품 비중을 축소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판매한 상품이 워낙 많아 방향을 돌려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선 위험도가 높은 상품은 해지를 유도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되지만 둘 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저렴한 보험료로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해지할리 없고, 사고와 질병도 보험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확한 위험률 예측없이 문제 상품을 양산해 놓은데다 자동갱신이라는 리스크 헤지 수단까지 스스로 차단해 손보사들이 진퇴양란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평균수명 연장으로 장수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보험 상품에 대한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의료수가 상승률은 손보사들의 예측보다 훨씬 높다. 이같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손해율 변동을 반영해 중간에 보험료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이를 토대로 시행하고 있는 손보사는 극히 드물다. 소비자들이 편리한 비갱신형 상품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 갱신형 판매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료를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사가 져야 한다. 결국 투자수익으로 이를 메워야 하는데 투자는 변동성이 심해 언제든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다. 만약 투자와 보험영업 모두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최악의 경우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일단 장기보험 상품 심사를 강화하고 RBC 또는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감독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욱 금감원 손해보험총괄팀장은 "최근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손보사의 재무건전성 관리강화 차원에서 각 사에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원인을 파악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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