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보세요 우리들의 피를바람을 보세요 우리들의 숨결을흙을 보세요 우리들의 살을.구름을 보세요 우리의 철학을나무를 보세요 우리들의 시를새들을 보세요 우리들의 꿈을아, 곤충들을 보세요 우리의 외로움을지평선을 보세요 우리의 그리움을꽃들의 三昧를 우리의 기쁨을어디로 가시나요 누구의 몸속으로가슴도 두근두근 누구의 숨속으로열리네 저 길, 저 길의 무한…나무는 구름을 낳고 구름은강물을 낳고 강물은새들을 낳고새들은 바람을 낳고 바람은나무를 낳고…(중략)천둥과 잠을 자 천둥을 벤이슬, 해왕성 명왕성의 거울이슬, 벌레들의 내장을 지나 새들의목소리에 굴러 마침내잎에 맺힌 이슬…. -정현종, '이슬'   정현종은 1939년생, 4·19 한글세대다. 철학을 전공했다.   그의 시는 철학과 출신답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현실에 대한 통찰적 인식을 보여준다.   "나무는 구름을 낳고/구름은 강물을 낳고/강물은 새들을 낳고/새들은 바람을 낳고/바람은 나무를 낳고…."  즉, 시인은 현실의 고통을 넘어서고자 하는 초월의 꿈을 꾼다. 시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구의 기후 위기에 대한 생태 의식의 시들을 발표하는 우리나라 대표적 생태 시인이다.   시는 가장 미세한 것에서부터 가장 큰 우주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만물과의 조응을 통해 거대한 생태적 고리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강물을 보세요 우리들의 피를/바람을 보세요 우리들의 숨결을/흙을 보세요 우리들의 살을/구름을 보세요 우리들의 철학을/나무를 보세요 우리들의 시를/새들을 보세요 우리들의 꿈을/아, 곤충들을 보세요 우리의 외로움을…."  자연이 바로 우리의 몸통이다. 내가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무가 강물이 새들이 위기다.   지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 산업혁명이후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했다고 한다. 몇 십년 후엔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천둥과 잠을 자 천둥을 벤/이슬, 해왕성 명왕성의 거울/이슬, 벌레들의 내장을 지나 새들의/목소리에 굴러 마침내/잎에 맺힌 이슬…." 해왕성 명왕성의 거울이 이슬이라니!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다. 놀라운 시인의 우주적 감각이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지구가 살아있기 때문이고, 지금 내가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지구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저 강물을 보세요. 저 나무를 보세요. 우리들의 피, 우리들의 숨결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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