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천년고도 경주시를 이끄는 주낙영 경주시장을 만나 역사문화관광도시를 넘어 첨단 과학산업도시로 우뚝 서기 위한 그의 상세한 구상을 들어봤다.▶ 어느덧 재임 1년을 맞았는데,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민선 8기 경주시장으로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경주시장이라는 자리는 25만 시민들의 기대와 염원을 짊어진 막중한 자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민선 7기 경주시장으로 취임한 지난 5년 동안 경주시민들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질책은 시정을 운영함에 있어 제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작은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듣겠다.언론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경주는 우리 민족 문화의 뿌리이자 오래전부터 세계와 교류했던 글로벌한 도시다. 대한민국 최초로 삼국통일을 이루고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운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경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경주시장으로서 경주가 가진 자원과 모든 역량을 결집해 ‘중단없는 경주발전’을 향한 여정을 흔들림 없이 완성해 나가겠다.   ▶ 민선8기 경주시의 최대 실적을 꼽자면, SMR 국가산업단지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것이라고 본다. 주낙영 시장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매우 그렇다. 이제 경주도 제조업 중심의 국가산단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됐다. 역사문화관광도시에서 첨단 과학산업도시로 한발 더 나아가는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2030년까지 동경주IC 일원 약 150만㎡ 부지에 396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짓는 SMR 국가산업단지는 감포에 조성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함께 미래 경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지난 대선 지역공약과 국정과제로도 선정된 우리 시의 핵심 전략사업이다.SMR(Small Modular Reactor)은 300Mwe 이하의 소형모듈 원자로로,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의 대형 원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꿈의 기술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기술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SMR 시장의 전망은 어떤가. 산단 입주 수요도 충분한지 궁금하다.- SMR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 SMR 시장은 2035년 63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도약시킬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블루오션이다. 현재 이를 집중 연구·개발하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경주 감포에 건설중인데, 여기에서 개발된 SMR을 상용화, 제조 수출하는 국가산단이 경주에 들어서는 것이다.이번에 국가산단 신청과정에서 입주기업 예비조사를 한 결과, 무려 225개 업체가 신청해 입주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향후 1만 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분석 자료에 따르면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유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산단조성완료 후 가동 시에 생산유발효과 6조7357억원, 2만2779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원전산업과 더불어 경주 지역 경제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부품산업이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경주에서 자동차부품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총 2100여 개의 공장 중에 자동차부품 관련업체가 762곳이나 된다. 경북도 내 점유율이 도내 1위(65%)로 자동차부품 산업이 발달한 제조업 중심도시다.2030년 내연기관 생산 중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이 전기‧수소차, 자율운행 자동차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자동차 소재‧부품 산업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먼저, 노후화된 외동산업단지가 글로벌 미래형 모빌리티 산업의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지난해 3322억원의 정부 산단대개조 사업으로 선정된 외동산단을 스마트화해 미래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비할 계획이다.경산-영천-경주를 잇는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슈퍼클러스트도 한창 구축 중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산업 대혁신을 통해 미래차부품 산업벨트를 새롭게 조성하고, 노동 전환에 따른 일자리 유지와 전문 인력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곳을 베이스로 많은 경북형 상생일자리를 공급해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가 자동차부품산업 R&D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매우 그렇다. 실제로 올 4월 산자부 스마트 특성화기반 구축사업으로 연속 선정된 차량용 첨단소재 성형가공 센터가 외동 구어산단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서는 자동차 첨단소재 부품인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복합재 등을 활용한 성형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시제품을 제작 지원한다. 앞으로 경주지역과 대구‧경북‧울산을 잇는 자동차부품산업 벨트의 연구개발과 기업지원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미래자동차 산업 R&D 협력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것이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 에는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 센터와 e모빌리티 배터리 통합관제허브센터가 차례로 들어선다. 경주가 미래 자동차 클러스트 혁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들을 차근차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 경주가 APEC 정상회의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쟁도시들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지금 경주와 경쟁하고 있는 도시는 부산, 제주, 인천이다. 우리 경주만 기초자치단체이고, 다른 경쟁도시는 모두 광역지자체다. 표면상 불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APEC 정상회의는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을 지향하는 APEC의 가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APEC정상회의 개최지인 멕시코 로스보고스는 인구 7만명의 도시이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나 베트남 다낭 같은 도시들도 경주에 비해 숙박시설 등이 미흡했지만 정상회의를 잘 치러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정부의 국정 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방도시인 경주에서 유치해야할 충분한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정상회의가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편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국의 정부각료 회의와 기업인들을 위한 경제행사와 각종 문화행사들이 다양하게 열린다. 개최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현재, 그리고 미래도 함께 보여주는 자리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경주가 바로 최적지다.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로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다. 한마디로 가장 한국다운 도시인 것이다.만약에 수도권에서 회의가 열릴 경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영부인들이 방문할 만한 데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경주에서 회의가 열린다면 온 사방이 문화유적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천년고찰 불국사 등 문화유적지들을 영부인들이 둘러보는 모습들이 전 세계로 보도될 경우 경주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크게 홍보가 될 수 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특히 경호와 안전 면에서도 어느 도시보다 최적지다. 정상회의가 열릴 화백컨벤션센터와 경주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접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다. 다른 경쟁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고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정상 경호와 안전에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됐을 때도 한미정상회담은 경주서 열렸는데 회담장소인 보문단지 일대가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 APEC 정상회의를 치러내기 위해선 시민들의 협조도 중요한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묘안은- 경주시민들의 유치 열기도 뜨겁다. 지난 3월, 범시민추진위원회가 출범해 APEC 경주 유치에 대한 열기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범시민적 유치의지를 결집하고, 대정부 유치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정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지속적으로 건의하면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는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지방시대 K-로컬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선도할 매우 중요한 국가 이벤트다. 경주시민 뿐만 아니라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반드시 열릴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 경주 시민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로운 경주가 그리는 미래는 소통과 공감, 화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시민 여러분과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서로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시민 여러분과 한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미래 경주 발전을 위해 한 발도 나가기 힘들다. 또 우리 경주시가 미래 경쟁력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굵직굵직한 사업들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날로 양극화되고 있는 우리 서민들의 삶을 어떻게 보듬어 줄 것인가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경주시장으로서 경주 시민들이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들을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주가 20년, 3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하는 것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경주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다.그러기 위해서 25만 경주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 경주를 향한 시민여러분의 뜨거운 열망이 모여 민선 8기가 출범한 만큼, 앞으로도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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