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칼슘 부족의 최대 위기는, 뭐니 뭐니해도 폐경기 전후 몇 년 동안의 이른바 갱년기이다. 여성 발정호르몬 물질인 에스트로겐(estrogen)은, 여성을 여성스럽게 만드는 호르몬으로 난소에서 분비되어 난포(卵胞)가 생기는 것을 자극하기 때문에 난포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이 에스트로겐의 작용은 임신을 돕고 아기를 크게 하고, 무사히 출산시키는 것이다. 임신 출산을 안심하고 출산시키기 위해서는 자궁과 태반을 발육시켜 산도(産道)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기의 큰 머리는 산도를 통해서 나온다. 물론 엄마에게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이다. 그때 만약 엄마의 뼈가 약해서 골반의 모양이 바뀐 경우가 있으면, 산도가 좁아져 아기의 머리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에스트로겐은 뼈를 녹이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고, 신장에 활성형-비타민D를 만들어 장에 공급, 장의 칼슘의 흡수를 활성화한다.
 
또 갑상선에 칼시토닌(Calcitonin)을 분비시켜 칼슘을 뼈속으로 보내 뼈를 튼튼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수를 쓴다. 이 밖에 신장에 작용하여 소변 속으로 칼슘이 나오는 것을 억제시킨다.이렇게 에스트로겐은 칼슘을 충분히 저장하고, 뼈를 강하게 만들어 튼튼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50세가 넘을 무렵이 되면, 이 에스트로겐 분비가 자연스럽게 멈춰 생리가 없어지게 된다. 이것을 폐경이라고 하는데 폐경과 함께 오랫동안 임신과 출산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준비해온 난소의 역할은 끝난다. 에스트로겐이 나오지 않으면 뼈를 녹이는 사이토카인이 나와 뼈를 감소시키고, 또 장에서 칼슘의 흡수도 줄어든다. 옛날에는 인생 50년이라고 했던 것처럼 폐경이 그대로 인생의 끝이기도 했다. 지금도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 국가 같은 나라의 여성들은 평균수명이 46세 정도라 한다. 이 나라 여성 중에는 평생 갱년기나 폐경을 겪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일본 사람은 남녀 모두 세계 제1위의 장수국이다. 여성의 평균수명은 82세를 넘었다는 것은, 갱년기를 지났다고 해도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에 겨우 도달한 것 같다.
 
여성에게는 오히려 에스트로겐이 이별을 고한 후의 건강확보가 더 큰 과제가 된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오케스트라지휘자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 지휘자는 지휘봉을 흔들어 조화로운 건강이라는 멜로디를 연주하게 하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갑자기 은퇴하게 된다. 에스트로겐은 체내에 칼슘을 충분히 축적하기 위해 오래동안 지휘봉을 흔들어왔기 때문에 갑작스런 은퇴로 가장 곤란한 것은 칼슘이다. 그럴 경우, 아무래도 어느 정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갱년기가 되면 한동안 얼굴이 화끈거리고 짜증이 나고 어깨가 결리거나 등이나 관절이 아픈 것도 이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이 없어지면, 인터루킨1이라든가 인터루킨6 같은 뼈를 부수는 사이토카인이 나와서 뼈를 녹이는 파골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 결과 뼈에서 칼슘이 녹아 나온다. 또 신장도 소변 속으로 나가는 칼슘을 정지시킬 수 없어진다. 따라서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은 그 이전의 여성들보다 소변 속에 더 많은 칼슘이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신장에서 활성형 비타민D의 합성이 줄어 칼슘을 흡수하는 장의 힘이 떨어져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칼슘 부족은 점점 계속된다. 따라서 폐경 후에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면, 뼈에서 칼슘이 녹아 나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간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면, 자궁암이나 유방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권하지 않는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 오쿠노 수지가 지은 ‘부작용이 없는 항암제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20009년 홋카이도 대학 유전자병 제어연구소 객원연구원인 한다 야수시교수 팀은, 일본 암치료학회 등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한다 교수팀이 일본의 대형슈퍼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와 일본산 쇠고기에 잔류하는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측정했더니 미국산 쇠고기 살코기에서 무려 600배, 지방에서 140배나 높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동시에 고기 산출량을 올리기 위해 소 비육에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건강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이길 수 없냐”고 혼자 중얼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