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밖에 못 나왔어요그래도 정지 담살이하며 그쪽 일 하나는 참하게배웠구만요이적지 밥 굶지 않으며변두리에 비바람 피할 거처 하나도 마련했어유선생이 없어 평생 바닥이지만예순 나이에 무서울 것도 부러울 것도 뭐 있것어유봐유, 코로나도 못 덤볐잖어유복지관 문예수업시간에 두 주먹 불끈 높이 쥐던골드 남순 씨 -유현숙,'자기소개'
 
유현숙 시인은 '시를 미닫이 문밖에 서 있는 남자라 여기며 시 앞에서의 설렘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 쓰는 시인'이다. 시인은 시가 설렘을 주는 어떤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성 있는 시는 언제나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 시를 필자는 '작은 詩앗 채송화'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짧은 시 동인지에서 읽었다.설명할 필요가 없이,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삶의 내면을 깊히 성찰하는 사유가 깊은 시다. 충청도 느릿한 사투리가 정겹고 구수하다.
문예창작시간, 자기소개를 한다. '선생이 없어 평생 바닥이지만/ 예순 나이에 무서울 것도 부러울 것도 뭐 있것어유/ 봐유, 코로나도 못 덤볐잖어유'라고 능청스럽게? 골드(김) 남숙씨가 달관한듯한 말씀을 하신다.
짧지만 진실한 고백이 울림을 준다. 날마다 새로운 배움 속에서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화자는, 시간과 싸우며 배우는데 자신을 완전연소 시키고 있다. 배움이 없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음이 삶을 멈출 때 까지 인간은 배워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공자는 30에 이립而立, 40에 불혹不惑,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러나 80이 되어도 고백컨데 나는 아직도 사랑의 유혹에 흔들린다60에 이순耳順이라고? 60이면 남의 이야기 잘 듣고 공감을 잘 한다고 공자께선 말씀하셨지만, 세상만사 어디 그렇기만 한가.
어제의 답이 오늘은 답이 아니게 되고, 오늘은 답이 아닌 것이 내일은 답이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대단하지도 위대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진실을 노래 한다. 남들이 볼 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평범한 삶에서 무궁무진한 보물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 또한 시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는 말했다. " 인간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 놓은 모래 얼굴처럼 사라질지 모른다"고. 그러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는 바위처럼 오래오래 영원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