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돈 있어? 오빠 집 있어? 오빠 차있어? 라는 노래를 듣고 깔깔대며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젊을 때 나는 그 중에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가정을 이루었기 때문에 부득이 이사(移徙)를 매우 자주 했었는데, 이사는 손 없는 날에 해야 한다는 속설 때문에 우리 마눌님과 충돌한 기억이 더러 있다.
 
손 없는 날 이사해야 한다는 학설(?)은 누가 무슨 근거로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보통 이사짐 운반업체에서는 손 없는 날에 너무 계약이 몰리는 관계로 용역비에 할증을 붙인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할증요금도 아깝지만, 늘 손 없는 날과 내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던 관계로 이사하기 가장 좋은 날은 내가 시간을 내기에 가장 용이한 날이라 생각하다보니 늘 손 있는 날만 하필 이사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 손 있는 날만 골라 이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 후 행운이 겹친 집도 있으며, 불행을 겪은 집도 있음을 볼 때, 귀신이 달력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손 없는 날을 정한 역술가(?)가 돌파리였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 얘기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동남풍을 만들어 승전을 이끌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제갈량이 기상을 좌우한 것이 아니라, 기상 변화를 잘 관찰함으로써 동남풍이 불 시기를 예측하여 D-day를 잡지 않았나 추측되고, 홍해(紅海)의 간조(干潮) 시기를 미리 안 '모세의 기적'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되지만, 기적을 믿든 안 믿든 그것은 개인의 성향과 신념일 뿐일 것이다.
 
첨단 과학문명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때 아닌 무속 논란에 휩싸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소위 점(占)을 잘 친다는 것은 미래 예측 능력과 등치(等値)되는 것인데, 만일 나에게 로또 당첨번호를 점쳐주는 사람이 있다면, 거액의 복채(卜債)인들 아까울까?
 
내 어릴 적 기억이긴 하지만, 어느 도사(道士)가 내 관상을 보더니 '어허, 청산에 노는 봉황의 팔자로다!' 했으니 우리 모친께서는 얼마나 흐뭇했을까? 모르긴 해도 우리 모친께서 아마 그 도사에게 복채를 두둑이 챙겨 주었을 것 같은데, 지금 내 꼴은 무엇인가?
 
우리 마눌님을 포함하여 누구인들 쌍방울밖에 가지지 못한 내 삶을 보고 봉황의 팔자라 할까만, 그래도 나는 "용타! 그 점쟁이" 라고 생각하며 내 고달픈 삶을 위로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는 주말만 되면 거의 자연을 찾는 노숙(露宿) 중독성이 있는데, 럭셔리한 유료 캠핑장을 주말마다 찾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도 없지만, 북적되는 사람들을 피해 늘 오지 개고생(?)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얘긴데, 팔자는 타고 나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이사하는 데 가장 길일(吉日)은 자신이 가장 편리한 날이라는 신념을 가진다. 그리고 또 내 고약한 취향 때문에 그렇게도 짜증스러워 하면서 노숙을 동행하던 마눌님이 차츰 적응되어 가는 듯한 모양을 보면서 '팔자도 길 들여 진다'는 말이 아주 헛말은 아닌 듯 하고...
 
내일 아침 다시 밝은 해를 보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 인생이 미래의 근심으로 오늘을 불행하게 보내는 사람은 아마도 일생을 불행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선가(禪家)의 정설(?)이기도 하지만, 나 같은 범부일지라도 체험으로 알게 된다.
길일(吉日)이나 대운(大運)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늘이 길일임을 알면 길할 것이며, 현재 살아 있음이 대운임을 알면 불운은 멀어질 것이며, 스스로 봉황임을 알면 주위가 청산(靑山)이라. 그만하면 좋은 팔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디 부디 모두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