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혈지(忌穴地)란 혈지로서 부적합한 망지나 흉지를 말한다. 용이 생룡이면 용진처에서 혈이 결지되는 것이 풍수의 법칙이나 지형지세가 조화를 못 이루거나 물과 바람이 부딪히는 곳에는 혈을 맺지 못한다. 기혈지를 알아둔다면 심혈(尋穴)과 정혈(定穴)에 있어서 좀 더 쉽게 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풍수고서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곳은 혈처로서 꺼리는 장소이므로 피하여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첫째, 조악(粗惡)이라 하여 산이 거칠고 흉한 암석이 많은 곳을 말하는데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모에 나타난 체격이나 인상을 보고 선악(善惡)을 짐작하는 것과 같다. 산세가 부드럽고 평온하여 국세가 안정된 곳에 장사를 지내면 자손들도 선하고 준수한 사람이 나오지만 산세가 추악하거나 거칠면 악한사람이 출(出)한다. 둘째, 준급(峻急)이라 하여 산세가 높고 바위가 많아 거칠고 경사가 심한 곳을 말한다. 이러한 곳에 장사를 지내면 자손들이 성급해지고 포악하여 패가망신한다. 셋째, 옹종(擁腫)이라 하여 산의 표면이 깨끗하지 못하고 곳곳이 파져있어 종기가 난 것처럼 추한 곳을 말한다. 이런 곳에 장사를 지내면 자손들이 질병으로 고생한다.
  넷째, 단한(單寒)이라 하여 홀로 외롭게 내려온 산줄기를 말한다. 이러한 곳은 대체로 빈궁하고 과부가 출하여 결국은 대가 끊어진다. 다섯 번째, 허모(虛耗)라 하여 토질이 푸석푸석하여 바람에 흙이 풀풀 날리는 땅을 말한다. 이러한 땅은 벌레와 곤충이 침범하여 지기가 누설되니 인정(人丁)이 상하고 재물이 줄어든다. 여섯 번째, 수삭(瘦削)이라 하여 산세가 여의고 나약하여 혈을 맺지 못하는 땅을 말하는데 이러한 곳은 자손이 병고에 시달리고 후손이 끊어진다. 일곱 번째, 돌로(突露)라 하여 전후좌우에 산이 없이 홀로 돌출되어 사방팔방에서 바람의 피해를 받는 곳을 말한다. 이러한 곳은 자손들 중에 고아(孤兒)가 출(出)한다.
  여덟 번째, 흘두(疙頭)라 하여 용신(龍身)이 마르고 허약하여 사람의 얼굴이나 머리에 부스럼이 난 것처럼 지저분한 곳을 말한다. 이러한 곳에는 비열(卑劣)하고 우둔한 자손이 나온다. 아홉 번째, 산만(散漫)이라 하여 진행하는 용맥이 퍼져 생기를 모으지 못하는 곳을 말하는데 이러한 곳에는 재물이 흩어져 집안이 가난해진다. 열 번째, 유냉(幽冷)이라 하여 골짜기가 깊어 음습하고 싸늘한 곳을 말한다. 이러한 곳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시신이 썩지를 않아 육탈이 쉽게 되지 않는다.
  열한 번째, 첨세(尖細)라 하여 혈처가 뾰족하고 가늘어 생기가 머무를 수 없는 흉지를 말한다. 이러한 곳은 후손들이 각종 재앙에 시달린다. 열두 번째, 탕연(蕩軟)이라 하여 혈처가 낮아 물이 침범하여 질퍽거리는 땅을 말한다. 이러한 곳은 재산이 흩어지고 자손들이 한미(寒微)하다. 열세 번째, 완경(頑硬)이라 하여 혈 뒤(위)쪽의 입수처가 무디어 둔하고 딱딱하다. 이러한 곳은 패가망신한다. 열네 번째, 요결(凹缺)이라 하여 혈처가 움푹하게 꺼져 골바람을 많이 받는 곳을 말한다. 이러한 곳에는 후손들이 중풍과 같은 질병으로 고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