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학창시절에 7월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 달 반 가량의 여름방학은 더위에 지친 학생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맘껏 놀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 좋았던 것도 잠시, 개학 날짜가 다가오면 미뤄놓은 방학숙제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특히 매일매일 쓰지 않은 일기는 제일로 난감한 숙제거리였다. 마지막 날에 벼락치기로 쓴 한 달 치 일기는 선생님의 숙제검사에서 어김없이 들켰다. 선생님은 일기장을 돌려주시면서 숙제 제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내일의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일기를 쓰는 목적일진대 이 과정을 매일매일 꾸준히 하지 않고 하루 만에 벼락치기로 했으니 일기의 목적을 도외시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말들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얘기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최선의 의미에 대해서 개개인마다 생각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꾸준함이 없는 것은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하리라 본다.생명과 직결된 일터에서의 안전 또한 이 꾸준함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서 요구하는 꾸준함이 결여되어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일터에서의 사고사망자수는 874명으로 만 명당 사망자수인 사고사망만인율로는 0.43‱(퍼밀리아드)로 OECD 38개국 중 30위권에 속하는 실정이며 영국의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망사고가 공학적, 기술적으로 막기 어려운 내용들이 아니라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 관리감독의 부재에서 초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작년 사고사망자 874명 중 떨어짐 사망자가 322명, 부딪힘 사망자가 92명, 끼임 사망자가 90명을 차지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고난도의 예방대책이 아니라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관리하는 꾸준함만 있었어도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자 작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의 제일 중요한 혁신은 관 중심의 타율적인 규제·처벌 위주 행정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에서 노·사가 함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자기규율이라는 말이 어려워 보일 수 있을지 모르나 매일매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확인하고, 되짚어보고, 평가해 나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영책임자는 직접 안전경영시스템 구축 의지를 밝혀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현장의 관리감독자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해 안전보건조치가 완료된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고, 근로자는 안전이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임을 인식해 안전 실천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이 바로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인 것이다.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 등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뤄낸 선수들의 공통점은 대단한 열정과 의지 이전에 매일매일 하는 훈련에 성심을 다한 꾸준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요령부리지 않고 정해진 대로 그냥 하는 루틴이 내재화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성공이 계속될 수 있었을 것이다.우리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안전은 일기를 쓰듯 매일매일 실천해야 하는 것이며, 안전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없다는 것을. 바로 지금 시작해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안전의 왕도(王道)이다. 이 왕도를 외면하면 산업안전 선진국이라는 내일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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