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양천경찰서의 고문 의혹 사건을 막기 위해 진술영상녹화실을 대폭 늘리고 범죄 유형에 따라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동 성폭력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도 추진한다.
경찰청은 5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방안을 논의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경찰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실망과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선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혹수사 예방' 진술녹화실 확충
경찰은 업무 전반에 걸쳐 법절차 준수를 체질화해 인권보호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사과정을 음성과 영상으로 녹화하는 장치와 CCTV가 설치된 진술영상녹화실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소지가 있는 절도·마약범죄 등의 강력사건의 경우 올해부터 진술영상녹화실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다른 범죄에도 적용키로 했다.
현재 일선 경찰서에는 진술영상녹화실이 2개 정도 마련돼 있다. 피조사자와 녹화실 전체를 찍는 CCTV가 2대가 설치돼 있다. 음성까지 모두 녹음되며 임의로 녹화, 녹음된 영상이나 음성을 삭제할 수가 없다. 수사관의 가혹행위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현재 전국 472개인 진술영상녹화실을 단계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사 인력 10명당 1실꼴인 1472실로 확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국 244개 경찰서당 2개 정도인 진술영상녹화실은 1개 경찰서당 6개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경찰은 개당 2000만원이 드는 진술영상녹화실 마련을 위해 올해 예산 10억원을 배정했다.
경찰은 또 수사사무실의 CCTV 운영실태를 일제 점검하고 임의조정이 불가능하도록 시설을 보완키로 했다. 강력팀 사무실의 폐쇄적 구조를 개선하고 사무공간과 분리된 조사공간도 확보하고 특별 인권교육도 실시한다.
◇아동 성폭력범죄 대응강화…'성폭력 전담수사대' 설치
경찰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경찰은 '원스톱 기동수사대'를 '성폭력 전담 수사대'로 확대 개편한다. 성폭력 전담 수사대에는 수사력을 갖춘 경찰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성범죄 발생장소와 재범우려자 거주지가 표시된 지도도 제작해 경찰병력을 집중 운영할 예정이다.
또 업무 소관을 현행 생활안전국에서 수사 전담부서인 수사국으로 이관키로 했다. 아동 성폭력 사건은 모든 업무에 우선해 지휘관이 지휘·감독하도록 할 방침이다.
학교와 지역주민, 경찰이 함께하는 입체적 감시체제도 마련키로 했다. 한정된 경찰인력의 한계를 감안해서다.
이밖에 '1경(警) 1소녀·소년 보호관' 제도를 도입하고 아동 성범죄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대폭 상향한다. 초등학교 등에 '아동안전 지킴이 함'을 설치해 특별방범 활동도 전개한다.
◇성과주의 시스템 개선도 추진
경찰은 또 성과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은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한 현장 근무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수용도를 높이고 평가에 대한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권 침해 및 사건 묵살' 등에 대해서는 대폭 감점하거나 최하위로 평가한다. 서열 공개식 평가·환류 방식을 개선, 우수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긍정적인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본청 차원의 일률적 평가는 축소하고 지방청별 자율적 평가는 확대·추가해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평가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성과관리 제도를 효과적으로 주민 만족와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심층적 연구도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직원과의 스킨십과 소통을 강화하고 밤샘 근무 등 직무 특성이 반영된 보수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강희락 경찰청장이 전국지휘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아동 성폭력 범죄와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