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이 반야심경과 만나 새로운 불교미술로 태어났다. 그림에 표현된 반야심경은 한자가 아니라 동이족의 상형문자로 쓰여져 가장 민족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을만하다.황상근 화백에 의해 재해석 된 ‘반야심경 비천상도’는 서울 소재 흥천사에 걸렸다. 지난 부처님오신날에 회주 금곡 스님과 신도 500여명이 모여 봉헌식을 가지면서 처음 소개됐다.황 화백은 ‘반야심경 비천상도’를 그리기 위해 지난 봄날 경주박물관을 방문해 한나절을 성덕대왕신종 앞에 머물렀다. 신라의 고도에 존치된 종에서 뿜어나오는 비천상의 신비와 불력을 직접 느끼기 위해서다. 그리고 흥천사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밤낮을 매달려 500호 크기의 대작을 완성했다. 화폭의 좌우로 연화좌에 안치된 비천상을 배치했고 그 주위로 빼곡하게 동이족 문자로 반야심경을 심었다. 이 상형문자는 철저하게 고증을 받아 제작했다.황상근 화백은 “신라 불교미술 가운데 원형을 가장 오래 간직한 작품 중 하나인 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싶었다”며 “부처님의 원력으로 작품에 집중해 반야심경 비천상을 비롯한 6작품을 완성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황 화백은 1989년 러시아에 건너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착했다. 반평생을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선과 색채, 거기에 한국적인 정서로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자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유럽 미술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황 화백의 작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황 화백의 가장 동양적인 미술 세계를 인정하고 그의 명성은 한국보다 유럽에 더 알려져 있다. 황 화백은 그의 작품성이 인정받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미술아카데미 교수로 교단에 서게 됐고 옥스퍼드 네트워크 유럽지역 미술 실기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 문화계와의 인연은 폴란드의 초현실주의 미술의 거장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와의 만남이 큰 계기가 됐다. 벡신스키와 교류하면서 황 화백은 한동안 폴란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의 문화계와 긴밀한 교류가 이어졌다.황상근 화백은 지난 겨울 유럽 투자그룹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이때 흥천사의 성호 스님을 만났고 불교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회주 금곡 스님의 동의를 얻어 흥천사에 머물면서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 황 화백은 ‘반야심경 비천상도’를 그리게 된 배경에 대해 “하늘의 명을 받아 지상에 내려와 인간 세상의 혼탁함을 천상에 알려 좋은 인간은 극락세계로 나쁜 인간은 지옥으로 데려가는 비천상의 역할을 형상화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성덕대왕신종에 조각된 비천상은 1500년 세월에 시달려 얼굴표정을 전혀 알 수가 없는데 화가가 마음대로 정의할 수 없어 왼쪽 비천상의 얼굴은 조금 환한 얼굴로 인간 세상의 좋은 점을 봤고 오른쪽 비천상의 얼굴은 인간 세상의 나쁜 점을 많이 보아 슬픈 얼굴의 표정을 그렸다”고 덧붙였다.또 “천사는 이 모든 인간을 하늘에 잘 알려 연꽃이 핀 연밭을 지나 그림 중앙의 밝은 부분을 통해 극락으로 가는 길로 인도한다는 내용의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황 화백의 설명은 전통적인 불교미술의 새로운 해석이고 현대적 재탄생인 셈이다. 그간의 불교미술은 심오하고 자비스럽지만 대부분 비슷한 것들이어서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불교미술 세계를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것이 황 화백의 의도였다. 황상근 화백은 “그림이 국가관을 세우는 예는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의 작품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현대적인 감각의 불교미술을 접하게 된다면 불심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국민의 정서적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황 화백은 이번 작품활동을 시작으로 100점 이상 불교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 흥천사에 ‘흥천사신불교미술관’을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불교와 불경과 관련된 작품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통도사를 방문했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국가유산 괘불탱화인 팔상도를 직접 보기 위해서다. 통도사 팔상도는 부처가 태어나 도를 닦고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8부분으로 나눠 그린 그림이다. 가로 151㎝, 세로 233.5㎝의 이 작품을 황 화백은 길이 13m의 대작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황상근 화백은 “오랜 외국 생활을 했지만 늘 한국적인 철학과 사상에 심취해 있었고 불교관에 입각한 작품을 제작해 왔다”며 “앞으로 남은 일생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대한민국 불교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상근 화백의 작품세계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www.Hwang-art.com에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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